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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 돼 … 가뭄 채소 값 압박작전

중앙일보 2015.06.23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22일 오후 3시 서울 청량리역 롯데마트. 주부를 중심으로 100여 명이 4층 식품관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가공식품 코너 위주로 둘러볼 뿐 무·배추·깐 마늘 등 신선 야채를 판매하는 코너는 한산했다. 24일까지 세일하는 미국산 체리 코너에만 사람이 몰렸다. 이곳의 백만호(39) 농산담당은 “행사를 하는 품목이 아닌 이상 야채나 과일을 사는 고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양파는 한 달 새 37% 올라
고랭지 무·배추도 생산 감소
강원도발 채소 쓰나미 우려
정부, 수입 등 공급 확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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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이 길어지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양파·배추·무 같은 채소 값은 연초보다 배 안팎으로 올랐다. 소비자들이 저물가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가장 심각한 건 양파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월 중순(11~20일) 양파 평균 도매가격은 ㎏당 997원으로 지난달(㎏당 731원)보다 36.5%가 올랐다. 농식품부는 이날 양파 가격 안정을 위한 경계경보를 내렸다. 경계는 농산물 위기대응 조치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로, 농가 계약재배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수입도 늘릴 수 있다. 여기서 가격이 더 오르면 최고 경보 단계(심각)를 내린다. 수입 양파 관세를 내리거나 정부가 양파 직수입에 나서는 단계다. 배추도 만만치 않다. 6월 중순 배추 도매가격은 10㎏당 6589원으로 연초보다 배 이상 높다. 문제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7~9월 출하되는 고랭지 배추 생산량이 평년 대비 10% 적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마늘은 지난달까지는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다가 이달부터 오르고 있다.



  채소 값이 급등한 건 지난 5월부터 가뭄과 고온이 겹치면서 채소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양파 생산량은 평년보다 14%(14만t), 마늘은 12%(4만1000t)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고랭지 채소의 경우 배추가 평년 대비 10%(2만t), 무가 2%(1200t) 부족하다. 공급량이 줄어들자 대도시 도매상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현지 유통업자에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도매가격을 올리고 있다. 결국 이는 다시 고스란히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구조다. 공재훈 이마트 과장은 “본격적인 고랭지 채소 출하철인 다음달부터는 ‘강원도발 채소 쓰나미’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부들은 울상이다. 서울 연남동에 사는 이선우(31)씨는 “꼭 필요한 채소 외에는 시골에서 부모님이 보내주는 것 위주로 먹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가던 대형마트도 한 번밖에 안 간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가격 안정과 공급 확대를 위한 ‘채소류 수급대책’을 내놨다. 양파에 대해서는 계약재배 물량 22만t을 확보해 공급량을 늘리는 한편 수입 양파 2만1000t을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들여와 가격 인하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로, 양파의 저율관세는 원래(135%)보다 절반 이상 낮은 50%다. 배추·무의 경우 총 1만5000t의 물량을 확보해 가격이 오를 때마다 시장에 풀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단기 대책으로는 농산물 값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김광수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농민들이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상청이 정확한 중장기 기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 유통구조 개혁을 통해 선진국처럼 도매상들이 수급을 예측하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이현택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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