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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대생 “위안부 할머니 고통 알게되니…배상 모두 끝났다는 주장 불편해져”

중앙일보 2015.06.22 01:02 종합 4면 지면보기
2013년 11월 한국에서의 학기 중 한·중·일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한국 예절도 배웠다. [사진 동서대]
지난해 11월 11일 부산 동서대에서 일본의 전후 보상을 주제로 한·중·일 대학생 두 팀이 찬반 토론을 벌였다. 위안부 피해 문제가 한·일 협정으로 다 해결됐다는 주장을 펼친 조엔 한국 학생들이, 일본에 법적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는 조엔 일본 학생들이 포함돼 있었다.

 3국 정부가 2012년부터 시행하는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서다. 한·중·일 대학 세 곳 학생들이 강의를 함께 듣고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30곳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 동서대,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중국 광둥외대는 다른 곳에선 꺼리는 역사 문제를 다루고 있다. 3국에서 10명씩 30명이 참여했는데 동서대 수업 중 3국이 갈등을 빚는 과거사 현안 등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였다. 모든 조가 3국 학생이 함께하는 혼성조였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 이상은 자국이 아닌 상대방 입장에서 토론해야 했다.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하는 주장을 해야 했던 차영혜(22·여)씨는 “토론을 준비할 때는 국가 간 관계처럼 한·중 대 일본 학생으로 의견이 대립했다”며 “학생들끼리라고 해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는 힘든 문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차씨는 “일본 친구가 ‘나는 일본의 역사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친구들이 ‘전시에 일본 정부가 한국·중국 국민에게 이런 일까지 한 줄은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처럼 자국 이익만 따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3국 학생들은 각국의 문화 체험도 했다. 2013년 일본에서 요리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동서대]
 같은 조였던 일본의 야마모토 이쿠코(山本郁子·22·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일본) 입장을 주장하게 돼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마음이 힘들었다. 전과 달리 위안부 할머니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알고 난 뒤라서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주장을 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토론을 준비하며 오히려 제가 한국 입장을 대변한 적도 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주제라 처음엔 긴장했지만 토론이 끝난 뒤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푼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란 입장을 취한 조에 속했던 곽레지나(22·여)씨는 “독도가 우리 땅이란 생각엔 변함없다”며 “하지만 예전에 ‘너희 말은 틀렸어. 그렇게 말하다니 미워’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일본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는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동서대 캠퍼스아시아 사업단장인 이원범(일본학과) 교수는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어느 조가 더 논리적 주장을 펼쳤는지 ‘평결’을 했는데 자국 입장과 반대 입장을 펼친 조가 잘했다고 결정한 학생들이 수업마다 나왔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CAP(Campus Asia Program) 고(語·일본어로 ‘말’이라는 뜻)’라는 원칙도 정했다. 나는 상대방 국가의 언어를, 상대방은 내 모국어를 쓰기로 했다. 3년 동안 모든 학생이 3국 언어를 능숙하게 익힌 덕에 가능했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은 “지금의 국가 간 갈등은 이해와 존중 없이는 결코 해소되기 어렵다”며 “국적을 바꿔 생각해보게 하는 훈련은 미래 주역인 대학생들이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건설적 주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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