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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배지 안 달고 나온 김정은 왜?

중앙일보 2015.06.22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6일 제810 군부대 산하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을 현지지도했다. 당시 현지 연구원과 수행원은 모두 김일성·김정일 배지(원 안)를 달았는데 김위원장은 달지 않았다. [노동신문]


지난 2일 원산 육아원을 방문했을 땐 배지를 달았다. ‘초상휘장’이라 부르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백두혈통’ 우상화의 핵심 도구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6월 들어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행사 11번 중 6번 배지 없어
“후광 벗고 자기식 통치” 분석



 북한에서 ‘초상휘장’이라 부르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백두혈통’(김일성 가계) 우상화의 핵심 도구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의 표시로 통해 북한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매일 이 배지를 달아야 한다. 해외를 오가는 외교관을 비롯해 운동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그간 꼬박꼬박 배지를 달아오던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들어 배지 없이 공식 행사에 등장하고 있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이 보도한 6월 현지지도와 기념촬영 사진을 보면 배지를 달지 않은 경우가 11건 중 6건이나 됐다.



 지난 18일 인민군 정찰일꾼대회 기념사진 촬영 때, 같은 날 고사포병 사격경기 참관 행사 때 김 위원장이 입은 검은색 인민복의 왼쪽 가슴 부위에는 배지가 없었다. 함대함 미사일 훈련 참관(15일), 고사포병 군관학교 시찰(13일), 한국전쟁 사적지 완공 현장 시찰(9일), 평양생물기술연구원 시찰(6일) 때도 배지를 달지 않았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실수로 깜빡했다고 보기에는 달지 않은 횟수가 너무 잦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일성·김정일 후광에서 벗어나 ‘김정은 표 통치’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상징적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일단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체제 4년 만에 사상 교육은 투철하게 하되 형식주의는 다소 완화하려는 의도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식에 참석했을 때도 배지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한국 언론이 보도하자 다시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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