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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자정이냐, 검찰 수사냐 … 신경숙은 말이 없고

중앙일보 2015.06.22 00:02 종합 21면 지면보기
소설가 신경숙(52)씨의 일본소설 표절 논란이 두 갈래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문학계 내부의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 수사 움직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가 남의 소설 표절 문제로 법의 심판까지 받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문인들은 문단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일 한국작가회의 긴급토론회



 ◆“출판사 진솔한 사과 땐 고발 취하”=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낸 현택수(57)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지난 18일 신경숙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함에 따라 표절 논란은 문학 외부에서도 동시에 시비가 가려질 가능성이 생겼다. 신씨의 표절 문제를 이번에 제기한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45)씨는 20일 각 언론사에 자료를 돌려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뤄져야 한다”며 표절 문제에 대한 검찰조사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건은 이미 지식재산권·문화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6부(정승면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현택수 원장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창비가 처음 해명 발표를 한 것을 보고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표절 문제가 유야무야 넘어갈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이응준 작가가 내가 불순한 의도로 고발한 것 아니냐고 했는데 나는 표절에 대한 문학계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고발 조치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경숙씨가 나서서 사과할 것은 기대하지도 않고 출판사 측에서 도서 반품 등 진솔한 사과 의사를 표명한다면 고발을 취하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출판사가 진정한 사과를 해야 향후 문학계 등에서도 자정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학계 긴급토론회 향방 주목=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문화연대와 함께 23일 오후 4시 서울 홍대앞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긴급토론회를 연다. 신씨의 표절 논란이 본격적인 문학 공론장으로 나온다.



 그런 가운데 신씨의 1994년 단편 ‘전설’의 일부가 일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한 도막을 표절했다는 주장은 갈수록 문단 내부에서조차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신씨의 소설을 여러 권 출간한 문학동네 출판사의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신형철·권희철씨까지 지난 주말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표절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학평론가 권성우씨는 신형철씨 등의 반응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경숙의 이런 엄청난, 슬프기까지 한 추락에 문학동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전선을 확대했다. 2000년대 들어 창비·문학동네 등 메이저 문학출판사들이 수익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작품의 문학성이나 표절 시비 등에 눈감은 나머지 이번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23일 토론회도 그런 점을 건드릴 계획이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가 ‘신경숙 표절 논란의 진실, 혹은 문화적 맥락’, 역시 평론가인 오창은씨가 ‘신경숙 표절 국면에서 문학권력의 문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오창은씨는 “이번 표절 의혹은 너무 명백해 보여 이견이 없다”며 “좋은 작가가 충분한 시간과 공력을 들여 빼어난 작품을 생산할 여유를 주지 않고 설익은 작품을 뽑아 먹기 급급한 현재 출판 시스템을 거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가하는 문학평론가 정은경씨는 “신씨의 표절은 대중에 영합해 잘 팔리는 책 출간에 몰두해온 출판권력의 관행에서 비롯된다” 고 말했다.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씨는 “너무 거세게 표절로 몰고가기보다 글쓰기에 있어서 자기 기율, 자기 반성이 부족했다고 엄격하게 질책해 작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준봉·정아람·박민제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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