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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장 정해 꽁초 수거함 비치 … 흡연·비흡연자 모두 흡족

중앙선데이 2015.06.21 15:38
1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올레스퀘어 뒷길. 직장인들이 인도에 흩어져 담배를 피우고 있다. 2 흡연자들이 LOUD가 설치한 담배꽁초 수거함 주변에 모여 있다. 노란띠로 흡연공간을 표시해 흡연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이선영 사진 작가]




중앙SUNDAY가 위치한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는 태조 이성계가 세운 한양 도성 일부가 남아 있습니다. 한양 도성은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과 낙산을 잇는 약 18㎞ 길이의 성곽입니다. 1396년(태조 5년) 한양을 지키기 위해 지었습니다.

 그런데 인근 직장인들에게 한양 도성 서소문 구간은 ‘담배 피우는 담벼락’으로 유명합니다. 인근 대형건물 주변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 공간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 담배 연기를 피하려는 보행자들은 흡연자들을 피해 차도로 다닙니다. 길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쌓여 있고, 심지어 성곽 벽돌 사이에 담배꽁초가 꽂혀 있습니다. 한양 도성은 사적 제10호로 지정됐지만 도심 쪽 사유지 부분은 제외돼 지자체의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울 공간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말합니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김재현씨는 “금연구역이 아닌 곳을 찾다 보니 흡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오게 됐다”며 “꽁초를 버리는 것은 잘못이지만 담배 피울 곳도 마련해주지 않고 흡연자를 몰아세우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금연구역이 늘어나면서 담배 피울 곳이 마땅치 않은 흡연자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 인도 옆 가로수 근처 등 보행공간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매캐한 담배 연기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진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연구역만 무조건 늘릴 게 아니라 흡연구역을 지정하는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열아홉 번째 LOUD는 거리에 모여 있는 흡연족 곁에서 외칩니다. 담배 피울 권리를 주장하는 흡연자, 담배 연기 마시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비흡연자 모두를 위해 흡연공간을 마련하자는 겁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작은 아이디어로 ‘담배꽁초 수거함’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등에서 활용하는 ‘스모커스 폴(smokers pole)’을 응용한 겁니다. 적당한 공간에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면 여기저기 흩어져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모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LOUD는 흡연 공간을 금연 캠페인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담배꽁초 수거함에는 ‘X1.5’ ‘X13’ ‘85%’라는 숫자를 새겼습니다. 간접흡연 시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의 1.5배,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의 13배이며 폐암 환자의 85%가 직간접 흡연자라는 의미입니다. 담배꽁초 수거함 뒷면에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금연상담 전화번호(1544-9030)도 적었습니다. 수거함 주변 바닥에는 노란띠를 둘러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해진 곳에서만 담배를 피우자는 뜻입니다. 알루미늄 담배꽁초 수거함을 제작하는 데 6만5000원, 수거함 주변을 두른 5.2m 길이의 노란띠를 만드는 데 3만원이 들었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9일 종로구 세종로 올레스퀘어 뒷길에 LOUD의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서울 공덕동에 사는 김민석씨는 “담배를 피우면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며 “적당한 흡연 공간과 담배를 버릴 곳이 생기니 좋다”고 말했습니다. 윤영식씨는 “간접흡연 시 폐암 발병률이 1.5배가 된다는 메시지를 보니 아무 데서나 담배연기를 뿜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오세환씨는 “음료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으니 쓰레기통도 함께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에 경기도가 먼저 나섭니다. 경기도는 이달 중 수원의 도청 주변에 10여 개의 담배꽁초 수거함을 우선적으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수거함은 기존의 흡연공간과 법적으로 허가되는 곳에 설치합니다. 경기도 설형 홍보전략팀장은 “도민의 반응을 살펴 인재개발원 등으로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를 늘려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미국·일본 등에서는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되 곳곳에 흡연공간을 설치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 흡연구역을 만드는 것이 간접흡연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동시에 배려하는 노란색 공간을 통해 올바른 흡연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후 달라진 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장종원]


김경미 기자 ge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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