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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센서스와 창조경제

중앙선데이 2015.06.21 03:29 432호 31면 지면보기
컴퓨터 용어 중에 ‘쿠키 파일’이라는 게 있다. 이용자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저장한 임시파일을 말한다. 여기서 쿠키라는 용어는 독일의 그림형제가 쓴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왔다고 한다. 동화의 내용 중에 깊은 숲에 버려진 남매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뿌린 것이 쿠키(과자) 부스러기이다. 이 임시파일들이 인터넷에서 빅데이터의 원천이 되어 실시간 검색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각종 트렌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빅데이터는 정보화 시대의 ‘원유(原油)라고 불린다. 이런 빅데이터의 진화와 발전 속도가 눈부실 정도다. 빅데이터는 양(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 등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빅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정형화된 데이터뿐 아니라 음악·동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데이터 이동의 속도도 몰라보게 빨라지고 있다. 정치·사회·경제·문화·과학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도 최근 빅데이터 트렌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2014년에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히 추정하고 월드컵 우승팀까지 족집게처럼 맞추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검색기록과 각종 센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위치기록 등을 활용해 막히지 않는 도로를 알려주는 빅데이터 활용기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의 트렌드를 분석해 맞춤형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눈에 띄고 있다.

빅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기업이다. 빅데이터로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자동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실시간 마케팅 시스템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객 개인별로 맞춤형 광고를 제시하는 기법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정부 역시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처별로 빅데이터 공통기반 및 시범과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범 정부차원의 빅데이터 분석과 협업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도 신설할 계획이다. 통계청도 지난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온라인 물가작성시스템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가격정보를 매일 분석해 왔다. 올해 1월부터는 이렇게 수집된 하루 50만여 건의 가격데이터를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사의 데이터를 활용한 일일 이동인구 분석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특정도시의 성별, 연령별, 시간대별 이동인구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안전대책 수립과 대중교통 노선 조정 등의 정책적 지표로 활용할 방침이다.

올 10월에 정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가 진행된다. 대한민국 영토 내의 모든 인구와 가구, 주택 등을 조사해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 현안 해결과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통계조사다. 올해엔 그동안 인터넷 조사 또는 가구 방문으로 진행했던 전수조사가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 공공 행정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된다. 대신 52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묻는 방문 표본조사는 표본 규모를 늘려, 정부 정책에 필요한 부분을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국가기관의 행정 빅데이터 활용으로 국민의 응답부담은 획기적으로 줄고, 예산도 140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려 길을 찾기 위한 흔적을 만들고 행복을 되찾았다. 인구주택총조사로 확보하게 될 국가통계 역시 빅데이터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 행복동화를 쓸 수 있도록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사 결과는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과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조사대상 국민들도 이 행복을 향한 여정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


유경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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