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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접목한 K팝, 지구촌 실시간 공연

중앙선데이 2015.06.20 18:20 432호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화 콘텐트와 디지털 파워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콘텐트 산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액션 플랜을 내놨다. 바로 ‘디지털 콘텐트 산업 육성 계획’이다. 문체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콘텐트 산업 육성에 관계부처가 협업해 디지털 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새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세계적인 콘텐트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응전략이다.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콘텐트 산업 육성 계획 분석

 정부가 디지털 콘텐트 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한 것은 디지털 콘텐트가 지닌 잠재력 때문이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인 데다 다른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다.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9배의 매출(12억7000만 달러·약 1조4600억원)을 올린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디지털 콘텐트의 가치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다. 영화 ‘아바타’는 2억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1배에 달하는 매출(27억8000만 달러)을 거뒀다. 자동차 17만5000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다. 이들은 제작비의 80% 이상을 CG에 투입했다.

 영화뿐이 아니다. 핀란드 게임업체 수퍼셀은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지난 한 해에만 세계적으로 16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신화를 썼다. 수퍼셀의 직원이 155명에 불과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다. 한마디로 디지털 콘텐트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디지털 콘텐트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게임·영화·공연·음악 등 기존 콘텐트가 새로운 기술을 입고 디지털 콘텐트로 태어난다. 이른바 3세대 디지털 콘텐트다. 가정용 PC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아날로그 콘텐트가 디지털화된 시기를 1세대,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콘텐트를 제작·유통하는 지금이 2세대라면 새로운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콘텐트는 바로 3세대를 대표한다.

 핵심 기술은 가상현실(VR), 홀로그램, CG 등의 ‘실감 기술’이다. 각종 공연이 홀로그램·ICT와 접목하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실시간으로 동일한 무대를 즐길 수 있다. 또 운동경기나 공연·전시에 VR이 적용되면 집에서도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한류 아이돌 콘서트, 미술관 전시 등에서 하나씩 시도되고 있다. YG·SM 등 연예기획사는 대기업과 손잡고 K팝 홀로그램 공연장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실감 기술’ 적용한 3세대 디지털 콘텐트
디지털 콘텐트는 실생활에도 적용된다. 가상의류 피팅 기술이 패션과 융합해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피팅감을 가늠할 수 있고, 가상현실 공간에서 모델하우스를 구경할 수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디지털콘텐츠사업단 스마트콘텐츠팀 서성민 수석연구원은 “컴퓨터그래픽이나 가상현실·홀로그램 등의 신기술이 콘텐트와 만나면 기존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표현력으로 몰입감을 제공한다”며 “디지털 콘텐트는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응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내 디지털 콘텐트 산업은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디지털 콘텐트 기술이 세계 4위지만 미국의 81% 수준에 그친다. 디지털 콘텐트를 만드는 핵심 도구도 대부분 글로벌 업체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콘텐트의 기반이 되는 콘텐트 산업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디지털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

 우리나라 ICT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하고, ICT 활용 능력은 세계 2위 수준이다. 하지만 콘텐트 산업 수준은 정반대다. 내수 위주의 시장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꾀하기보다 내수시장에 안주하고 있어서다.

콘텐트 산업 수출 비중 5.9% ‘내수 강국’
콘텐트 산업의 수출 비중은 5.9%(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45.7%), 자동차(40.4%), 반도체(33.3%)와 대비된다. 국내 콘텐트 장르별 수출액 비중은 게임이 절반 이상(55.1%)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영화·음악·애니메이션·방송이 1~9%씩 차지한다.

 그나마 수출도 일본(30.7%), 중국(27.5%), 동남아(19.6%)에 편중돼 있다. 글로벌 진출이 가장 활발한 게임 분야조차 세계 25위권에 드는 기업이 넥슨(10위)과 NC소프트(21위)뿐이다. 영화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사 매출이 글로벌 업체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복합콘텐츠연구부 이준우 실장은 “국내 콘텐트 업계들이 거의 내수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내수시장 규모 자체도 작다”며 “기업들도 혁신형 창업이 아니라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2020년 디지털 콘텐트 산업 규모 65조원
정부의 디지털 콘텐트 산업 육성 계획은 콘텐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먼저 기술경쟁력을 강화해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그래픽, 가상현실, 홀로그램, 오감인터랙션, 스마트유통 등 5대 기술을 집중 육성 분야로 선정했다. 3세대 디지털 콘텐트 산업의 핵심 기술을 육성해 글로벌 플랫폼과 표준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핵심 기술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연구소·기업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틀을 구축할 수 있도록 R&D 예산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분야부터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홀로그램이 결합된 K팝 공연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중국·중남미 등에 보급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미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다면영상시스템(영화 스크린과 양쪽 벽면까지 스크린을 활용하는 기술), 뽀로로 등 국내 인기 캐릭터가 결합된 테마파크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육성 계획을 발판으로 현재 29조원 규모인 디지털 콘텐트 산업을 2020년에 65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5년 안에 1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달성하는 글로벌 콘텐트는 12개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부 디지털콘텐츠과 김정삼 과장은 “국내 업체 아이포트폴리오가 개발한 전자책 플랫폼 ‘스핀들북스(Spindle Books)’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 디지털교과서 공식 플랫폼으로 선정돼 2년 만에 매출이 세 배 이상 성장했다”며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문화·ICT와 연관 산업의 글로벌 동반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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