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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숙 한의사의 소중 동의보감 <23> 『황제내경』과 햇볕

온라인 중앙일보 2015.06.21 00:01
비와 흐린 날씨로 유명한 런던에서는 햇볕이 좋은 날이면 가벼운
차림으로 공원에 나와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태양 피해 다니면 뼈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D 안 생겨요



봄꽃이 만발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숨 돌릴 틈도 없이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한낮의 햇살은 일광화상이 염려될 정도로 뜨겁습니다. 일광화상이란 자외선에 의한 피부의 염증 반응을 말합니다. 햇빛 화상이라고도 하죠.



이런 지경이니 피부가 예민한 아이들 중엔 벌써 땀띠가 나타나 가려워하기도 합니다. 5~6월이 이 정도라면, 본격적인 여름이라고 말하는 7~8월은 대체 어떻게 견뎌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5월부터 내리쬔 강렬한 햇빛 때문에 저는 요즘 자외선 차단제를 꼭 챙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름철에만 잠시 바르곤 했던 자외선 차단제가 요즘엔 사철 생활필수품이 됐습니다.



거의 모든 화장품(어린이 화장품은 예외)에 자외선 차단 성분이 함유될 정도죠. 형태도 다양해져 로션 타입은 물론이고 얼굴에 뿌리는 미스트 타입, 뜨거워진 피부를 진정시키는 젤 타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상황과 취향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일광화상을 입지 않으려는 목적이 가장 큽니다. 또 햇볕을 자주 받다 보면 피부에 주근깨나 기미 같은 잡티가 많이 생기므로 그것을 방지하려는 미용의 목적도 있습니다.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햇빛 알레르기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강한 햇볕에 피부가 오돌토돌 빨갛게 올라오면서 가려운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게다가 강한 햇볕을 자주 쬐다 보면 피부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피부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라도 자외선 차단제는 꼼꼼히 발라주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자외선 차단제의 유용함을 강조하다 보니 엉뚱한 현상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햇볕은 부지불식간에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겁니다. 여기서 책 한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황제내경(皇帝內經)』이라는 오래된 한의학 서적입니다.



기원 전후에 완성된 것으로 한의학의 생리·병리·치료법 등 한의학의 뿌리가 된 책이죠. 『동의보감』의 뿌리도 『황제내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평소 마음가짐이나 몸가짐 등 병의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법이 많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면, ‘봄에는 머리를 풀거나 옷을 느슨하게 입고 뜰을 산책을 하는 것이 좋고(春三月廣步於庭, 被髮緩形), 여름에는 햇볕을 싫어하지 말고 화를 내지 말며 땀을 흘리고, 좋아하는 것이 밖에 있는 것처럼 자주 나가서 돌아다녀야 한다(夏三月無厭於日 使志無怒 使氣得泄 若所愛在外)’고 돼 있습니다.



뜻풀이를 하면, 봄은 몸 안의 생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몸을 너무 꽉 조여 매지 말고 머리도 자주 풀어 느슨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또 봄부터는 햇볕을 조금씩 쬐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너무 멀리 산책하지 말고 뜰을 거니는 정도의 가벼운 산책을 해주라고 나옵니다.



여름은 몸의 바깥쪽에 생기가 충만해지는 계절입니다. 책에 의하면 여름에는 햇볕을 싫어하지 말고 자주 받을수록 좋으며, 먼 거리를 돌아다니면 좋다고 합니다. 특히 땀을 자주 흘려 긴 겨울 실내 생활을 하는 동안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충분히 배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햇볕을 피하면 비타민D 합성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너무 철저히 바르면 몸속으로 햇볕이 흡수되지 않죠. 햇볕을 받아야만 합성되는 비타민D가 충분히 생기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비타민D가 부족한 주된 이유기도 하죠.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는 호르몬입니다. 성장기에 비타민D가 부족하면 우선 뼈의 성장이 잘 안 되고, 호르몬대사와 밤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알레르기 질환의 위험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반면 밖에서 뛰어놀면 비타민D가 합성되는 것은 물론 근골격계도 튼튼해집니다. 거기다 실내 생활에 비해 먼 곳을 자주 보게 되므로 근시를 예방하는 효과도 생기죠.



결론은 ‘햇볕이란 건강을 위해 아주 좋은 것’이라는 겁니다. 사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꼭 필요합니다. 햇볕을 많이 받고 생기를 충전해야 가을·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덥고 땀이 나고 주근깨가 생기고 좀 까매져서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햇볕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여름날 뙤약볕에 2~3시간 이상 있으면서 땀 흘리진 말고요. 탈진하거나 일사병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항상 적당한 조절이 필요하답니다.



구리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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