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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엔 인력 부족 … 안심병원, 마음 놓기엔 2% 부족

중앙일보 2015.06.20 15:23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보라매병원은 응급실 밖에 컨테이너로 메르스 환자 선별구역을 설치했다. 최정동 기자



메르스 쇼크 한 달 국민안심병원 실태 점검
메르스 국민안심병원 가보니
출입구 통제·선별 진료소 운영
내원객 줄었지만 입원환자 안정
병원 인력 피로감 높아져 우려
중소병원은 경험부족으로 고전

“약은 타야 하는데, 병원에 와도 되는 건지….”



지난 18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항로 인하대 의과대학 부속병원. 고혈압과 당뇨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김모(74) 할머니가 힘겹게 지하주차장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인하대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권역집중치료기관이자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87개 병원을 1차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일까지 전국 251개 병원으로 늘렸다. 질병을 앓고 있는 국민들이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인하대병원은 정문 1층 출입구와 지하주차장 계단 1군데를 제외한 나머지 출입구를 모두 폐쇄했다. 메르스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국민안심병원’ 운영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인천 남구 숭의동에서 온 김 할머니는 마스크에 장갑까지 낀 채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지하 1층으로 올라왔다. 내원객은 우선 ‘메르스 선별 질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질환 증상이 있는지, 14일 이내에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이 적혀 있었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함께 제출하면 비접촉식 체온계가 설치된 입구를 통과하고 방호복을 입은 병원 직원들이 세정제를 손에 뿌려준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았으니 크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을 건네자 김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아들 차로 왔다. 안심해도 된다는 병원 말을 믿어야겠지만 혹시나 가족에게 폐가 될까 걱정”이라며 발길을 옮겼다.



외래환자 불안감 속에 병원 찾아



다른 지역 메르스 환자를 이송받아 인터넷에서 ‘선한 사마리아인 병원’으로 찬사를 받았던 인하대병원은 메르스 발병 이후 내원객이 크게 줄었다. 병원 관계자는 “초기에 비하면 중증 입원 환자들이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외래환자가 평소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자 수가 줄어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피로와의 싸움이다. 음압병동에 있는 확진환자 치료를 위해 매일 연(延)인원 10명 이상의 의료진과 지원인력이 투입되고 있고, 선별진료소와 격리진료소 등 안심병원 운영을 위한 인력이 매일 70명가량 동원된다.



이 병원 감염관리실장 이진수(45) 교수는 “전문 인력이라 하더라도 피로도가 높아지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부터, 진료소 운영에 이르기까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병원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141번 확진자 A씨(42)가 지난 12일 이 병원에서 난동을 피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높였다.



정기진료 환자들 가운데에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이연희(가명·여·23)씨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봤더니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고 선별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찾아왔지만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마치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입구부터 안내문을 곳곳에 붙여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의심환자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메르스 의심환자는 병원 입구 응급실 옆에 마련된 ‘메르스 안내데스크’로 유도한다. 일반 호흡기질환자는 다른 질병 환자와 분리해 선별진료소에서 맞는다.



동선이 복잡해진 데다 입구를 최소화해 불편해하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입원환자들의 경우 국민안심병원 지정 이후 메르스 발병 초기보단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지난주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인 한 40대 환자는 “아내를 제외한 가족은 병문안을 오지 못하게 했지만 병원 측이 철저히 감염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소병원 “의심 환자 안 왔으면”



중소병원들은 대형병원들보다 어려움이 더 많다. 가장 큰 고민은 경험 부족이다. 국민안심병원 시스템을 갖추긴 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해 메르스 의심환자가 찾아왔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의 한 중형병원은 최근 메르스 의심환자가 찾아온 뒤 선별진료 가상훈련을 다시 했다. 다행히 의심환자가 음성으로 판정 나긴 했지만 대응 과정의 허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방호복을 입고 벗는 과정이나, 선별진료소에서 의심환자와 접촉하는 과정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2차 국민안심병원 운영에 들어간 경기 의왕시 아가페의료재단 시티병원 관계자는 “감염병 환자 응대경험이 많지 않아 안심병원 신청 이후부터 예행연습과 훈련을 반복해 실시하고 있다”며 “행여 실수가 빚어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중소병원들은 대한감염학회의 지원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장 의료진은 정확한 판단이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 연계된 대형병원이나 감염학회에 연락해 조언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을 통해 메르스 대상자 여부 및 의료기관 이용현황도 조회할 수 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아무래도 의료진과 직원들의 숙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의심환자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심환자가 병원 안내에 따르지 않거나 안심병원 운영지침을 제대로 모르고 불쑥 찾아올 경우 예상치 못한 접촉이 일어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안심병원 이용 시 행동요령을 많이 전파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설이 부족한 중소병원들은 정부의 국민안심병원 운영지침이 비현실적이라는 불만도 털어놓는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중소 국민안심병원 관계자는 “지침대로 중증폐렴환자를 병원 밖 선별진료소에서 진료할 경우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폐렴환자를 무조건 1인실에 입원토록 한 것도 입원실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병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르스 국민안심병원 이용 요령



1. 메르스 의심환자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병원 측 안내에 따른다.

2. 일반 호흡기질환자는 병원 안내에 따라 선별진료소로 이동해 진료를 기다린다.

3. 가족이나 친지의 병문안은 가급적 자제한다.

4. 허가된 출입구만 이용하고 방문자 정보를 정확히 제공한다.

5. 병원을 찾았을 때 손 소독제 사용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한다.



※ 251개 국민안심병원 안내는 정부 메르스 포털(www.mers.go.kr)에서 확인할 수 있음.

자료 : 대한병원협회·각 메르스 국민안심병원



인천·서울=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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