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빠들도 못한 프랑스 격파, 태극낭자들의 유쾌한 도전

중앙일보 2015.06.20 15:09



한국 여자축구 프랑스 꺾고 8강 가자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로 상승세
프랑스는 속공에 뒷공간 내주는 약점
밑질 것 없는 벼랑끝 승부로 쾌거 기대

여자월드컵 8강 대진



①중국-카메룬(21일 오전 8시30분)

②미국-콜롬비아(23일 오전 9시)

③독일-스웨덴(21일 오전 5시)

④한국-프랑스(22일 오전 5시)

⑤브라질-호주(22일 오전 2시)

⑥일본-네덜란드(24일 오전 11시)

⑦노르웨이-잉글랜드(23일 오전 6시)

⑧캐나다-스위스(22일 오전 8시30분)

결승 7월6일 오전 8시



“지금 기분으로는 우승까지 할 것 같다.”



여자축구 대표팀 에이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한껏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소연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수비수 여러 명을 제치고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여줬다. 그를 처음 본 캐나다 축구팬들은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는 모습에 "(지)"를 외치며 환호했다. 한국은 이날 2-1로 승리해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지난 2003년 미국 대회에서 3전 전패를 당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햇던 한국 여자축구가 12년 만에 월드컵 첫 16강 진출 역사를 썼다. 프랑스와의 16강전(22일 오전 5시)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는 지소연을 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만났다. 지소연은 "16강에 올라가 무척 기쁘다. 내가 볼을 많이 뺏겼는데 동료들이 잘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생애 첫 월드컵 부담 떨쳐라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최고 스타다. 지난 2010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의 3위를 이끌며 실버볼(MVP 투표 2위)과 실버슈(득점 2위·8골)를 받았다. 2011년 일본 여자 실업축구 최강팀 고베 아이낙에 입단해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한국 여자축구 선수 최초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 여자프로축구리그(WSL)에 진출해 19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 하위권이던 첼시 레이디스를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난 4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수여하는 '올해의 여자선수상' 까지 받았다. 작은 체구(1m61㎝, 50㎏)지만 빠른 드리블에다 골 결정력까지 갖춰 '지메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 10일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지소연은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체격과 개인기가 좋은 브라질 선수들에게 철저히 막혔다. 14일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월드컵 첫 골을 넣었다. 이날 지소연은 슈팅 4개, 유효슈팅 2개를 기록했지만 필드골을 넣지는 못했다. TV 카메라에 비친 지소연의 모습은 분명 기대 이하였다. 생애 첫 월드컵에서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지소연은 "부진한 게 맞다. 팬들의 실망을 잘 알고 있다. 더욱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 씨는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탓에 축구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줬기 때문이다. 1998년 서울 이문초 2학년 때 남자선수들 틈에서 축구를 시작한 지소연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 이었다. 당시 어머니 김 씨는 "소연이에게 '절대 골을 넣지 말라'고 했다.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 선수단에 밥을 사야하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김 씨는 "가슴이 미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2002년 자궁암 판정을 받은 뒤 가세까지 기울면서 살림은 더욱 쪼들렸다. 그때 지소연은 반드시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가 한국 최고가 됐지만 지소연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 최고 선수'로 다시 목표를 높였다. 이번 대회 전 그는 "월드컵에서 활약하면 FIFA-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를 받을 수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지소연은 위기에서 빛났다. 16강 진출이 걸린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진가를 보여줬다.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승리를 이끈 지소연은"월드컵에 오기 전부터 1승1무1패로 16강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목표를 달성해 기쁘다. 이제 부담감을 떨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기분으로는 우승도 할 것 같다. 16강전에서 프랑스와 만나는데 시원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전은 지소연에게 특별한 도전이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여자축구 최고의 무대로 불리는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최강팀' 올림피크 리옹 입단을 꿈꾼다. 프랑스 대표팀은 리옹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지소연이 16강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면 이적 기회가 올 수 있다.



역대전적 6무9패, 상승세로 극복하라



프랑스는 한국 축구와는 악연이 깊다. 남녀와 연령대를 통틀어 프랑스와 치른 15차례의 맞대결에서 한국은 6무9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남자대표팀은 지난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했다.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오대영'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이 붙었다. 여자 A팀은 지난 2003년 미국월드컵에서 만나 0-1로 졌다. 올림픽대표팀(1무1패), 20세 이하 대표팀(3무3패), 17세 이하 대표팀(2패)도 프랑스를 상대로는 웃어보지 못했다.



FIFA여자랭킹 3위인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강'을 자부한다. 유럽예선에서 오스트리아·핀란드·헝가리·카자흐스탄·불가리아와 함께 7조에 속해 10전 전승(54골·3실점)으로 통과했다. 본선에서도 강호 잉글랜드(6위)를 밀어내고 2승1패 F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유럽 예선에서 13골을 터뜨린 스트라이커 가에따느 띠니(주뷔시)와 본선에서 3골을 기록한 처진 공격수 외제니 르 좀메(올림피크 리옹) 듀오의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플레이메이커 루이자 네시브(리옹)는 '지자(지네딘 지단의 별명 '지주의 여성형)'라 불릴 정도로 정확한 패스에 미모까지 겸비했다. A매치 161경기에 나선 베테랑 로라 조르주(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수비진은 압박에 능하다.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다. 프랑스는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내주며 0-2로 졌다. 콜롬비아의 재치 있는 침투패스와 과감한 공간 돌파에 프랑스 수비진이 두 차례나 허물어졌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프랑스는 빠르고 패스가 정확한 상대에게 뒷공간을 쉽게 내주는 단점이 있다"면서 "한국은 콜롬비아의 승리 방정식을 따라야 한다. 강한 스루패스나 정확한 로빙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한순간에 허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덕여(54) 여자대표팀 감독은 "벼랑 끝(1무1패)에서 치른 스페인전에서 역전승한 뒤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승리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몬트리올=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설명]

월드컵 16강에 오른 여자축구팀은 22일 프랑스와 함께 맞붙는다. 사진은 지소연이 14일 코스타리카전에서 드리블하는 모습. [사진 대한축구협회]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