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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많이 힘들겠지만 이겨내자” … 자가격리 친구에게 21통 손편지

중앙일보 2015.06.20 02:06 종합 4면 지면보기
“넌 괜찮을 거라고 난 믿었어.” 친구들이 손으로 쓴 편지엔 이런 내용이 가득했다. [사진 대구시교육청]
“우리 반 애들은 메르스 얘기보다 네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건 네가 네 자리에 앉아 있는 거야. 좀 쉬고 온다고 생각해. 기다리고 있을게.”


대구 협성중 3학년 급우들의 우정

 “지금은 많이 힘들고 슬플지 모르겠지만 더욱 힘내고 이겨내야 한다. 친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편지 한 통이라니….”



 대구시 협성중 3학년 학생들이 메르스 때문에 자가격리된 급우에게 편지를 보냈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편지에는 집 안에 갇혀 감염의 공포와 싸우고 있을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학교 김모(15)군은 아버지(52·154번 환자)가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지난 15일 오후 수업을 받다 말고 자가격리됐다. 김군은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으나 아직 자가격리된 상태다.



 김군과 같은 반 친구들이 편지를 쓰기로 한 것은 지난 17일이다. 일부 학생이 ‘힘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담임 교사와 반 전체가 논의해 격려와 응원의 편지를 쓰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손으로 쓴 편지가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18일 오후 동아리 활동시간을 이용해 편지를 썼다. 조퇴한 학생 등 2명을 제외하고 21명 모두가 한 통씩 작성했다. 편지 쓰기에 참여한 김모(15)군은 “친구의 빈자리를 보면서 그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편지를 쓰면서 몇 번이고 가슴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편지는 교실 사물함에 있던 김군의 책·참고서와 함께 18일 밤 그의 집으로 전달됐다. 격리 상태라 직접 접촉할 수 없어 주민센터를 통해 건넸다. 김군은 19일 오전 담임 교사의 휴대전화를 통해 급우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학교 안봉철 교장은 “친구를 걱정하고 격려하는 급우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군의 아버지가 메르스 환자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의 두려움이 컸지만 이젠 많이 안정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자가격리 상태인 김군의 학급을 찾아 현장 교육을 했다. 일일 교사로 나서 시교육청이 제작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메르스 예방법을 강의하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학원생 부모 1000여 명에게 ‘확진자의 아들이 다니는 협성중 학생들을 받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수성구의 영어학원을 제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측은 “학원 등록 말소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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