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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휴대폰 배터리만 20개 … ‘전화 종걸’ 된 이종걸

중앙일보 2015.06.20 01:57 종합 6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이제 ‘지각 종걸’은 잊어주시라.

원내대표 전엔 ‘지각종걸’ 별명
악수할 때도 엘리베이터서도 …?
권은희 비서실장이 강제로 뺏기도
‘자주 오래’ 종일 전화 붙잡고 소통
유승민과도 종종 1시간씩 통화
잠 부족해 통화 하다가 잠들기도



 원내대표 경선에 세 번 출마할 때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내세웠던 공약이다. 약속에 자주 늦어 ‘지각 종걸’이란 별명이 붙은 그지만 공약대로 ‘정각 종걸’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대신 그사이 새로운 별명이 그에게 생겼다. 바로 ‘전화 종걸’이다. 원내대표가 된 뒤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못하는 그의 전화 리더십 때문이다.



 최근 한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원내대표가 카니발 승용차에서 내렸다. 귀에 휴대전화를 댄 채였다. 차 안에서 계속 통화하며 와서인지 얼굴이 온통 땀이었다. 그는 어깨로 휴대전화를 받친 채 환영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악수를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로 눈을 찡긋거렸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에도 통화는 계속됐다. 보다 못해 권은희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이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권 실장=“자, 이제 (전화기) 이리 내세요.”



 ▶이 원내대표=“어…오영식이 문자네? 잠깐만 잠깐만…. 한 통화만 더 하고….”



 그는 기어이 오 최고위원과 통화를 더 한 뒤에야 권 실장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권 실장은 “중요한 행사 전에는 미리 휴대전화를 압수한다”며 “한쪽 귀로만 통화를 너무 오래 해 억지로 다른 쪽으로 바꿔 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가 된 뒤 그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11개 새로 구입했다. 원래 9개를 갖고 있었다고 하니 배터리만 20개다. 원내대표실과 차에 있는 충전기엔 언제나 불이 들어와 있다. 그러니 그의 휴대전화는 당연히 ‘통화 중’이다. 전화를 자주 할 뿐 아니라 ‘오래’ 하는 것도 특징이다.



 당 관계자는 “급한 일로 이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 중이더라. 1시간30분 뒤 통신사가 제공하는 ‘통화 가능 통보’ 메시지가 왔다. 어떻게 1시간30분이나 계속 통화를 했을까”라고 했다.



 그는 왜 이토록 통화에 집착하는 걸까.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하루 종일 전화를 붙잡고 사는 것은 이종걸만의 소통법”이라며 “뜻이 안 맞는 의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공공연한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전화로 사전에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믿음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정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효과를 봤다. 지난 9일 새정치연합에선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당내엔 “우리가 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전에 합의안을 수정하느냐”는 강경론이 다수였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 50~60명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 그러자 당내 기류가 달라졌다.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도 자주 1시간씩 통화하며 입장을 조율했다.



 밤늦게까지 통화가 계속되다 보니 최근 이 원내대표의 수면 시간이 짧아졌을 정도라고 한다. 권은희 실장은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의 궁금증을 반드시 해소시켜야 한다는 집착이 있는 것 같다. 전화를 먼저 끊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이런 일도 있었다. 본지 기자가 오후 10시40분쯤 전화를 걸어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을 누구로 할지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결정하는 것이고, 난 원내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4분여간 통화를 하다 갑자기 그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수화기가 켜진 상태라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소리 같은 소음은 그대로 들렸다. 하지만 기자가 수차례 이 원내대표에게 말을 걸어도 답이 없었다. 전화 통화를 하다 잠이 들었던 거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전화 취재에 응하다가 통화 도중 잠이 든 적이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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