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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우리는 잃을 게 없다 … 프랑스전 일 낼 수 있다

중앙일보 2015.06.20 01:33 종합 10면 지면보기
윤덕여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아버지로 불린다. 윤 감독은 “나는 부족한 지도자지만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사상 첫 16강에 오른 한국은 22일 프랑스와 8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치르면서 새까맣게 그을린 윤덕여(54) 대표팀 감독의 얼굴이 모처럼 밝았다. 여자축구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한 윤 감독을 19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만났다. 윤 감독은 “네 시간밖에 못 잤지만 피곤한 줄 모르겠다”며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 ‘8강 위까지 한번 가보자’고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22일 오전 5시 몬트리올 올림픽경기장에서 프랑스와 16강전을 치른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덕여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난 그라운드 안에서는 지기 싫다
거친 모습, 연애 때 아내가 놀라더라
딸같은 우리 선수들 나는 믿는다
22일 오전 5시 프랑스와 8강 다툼



 -스페인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대표팀 멘털코치인 한국체대 윤영길(스포츠 심리학) 교수가 ‘심리적 관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코스타리카전에서 막판 동점골을 내주고 쫓기듯 경기를 마친 반면 스페인은 브라질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경기를 끝냈다. 이런 분위기가 다음 경기까지 연결이 되는 게 심리적 관성이라고 하더라. 선수들에게 코스타리카전 후반부를 생각하지 말고 역전골을 넣은 상황까지만 생각하자고 강조했다.”



 -전반전엔 끌려갔는데 어떻게 뒤집었나.



 “측면 수비수 김혜리(25·현대제철)가 몸이 안 좋아 보여 하프타임 때 김수연(26·KSPO)을 투입했다. 지난 5일 연습경기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수연이가 선발로 90분을 뛰는 건 무리가 있었다. 교체카드로 생각했는데 결승골을 넣어줘서 고맙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게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박은선(29·로시얀카)을 선발로 내보냈다.



 “1·2차전이 끝나고 박은선을 내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선수가 아픈데도 내보내는 건 감독으로서 직무유기다. 계속 은선이에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을 주문하고, 독려했다. 외부의 비판에 못 이겨 박은선을 3차전에 내보낸 건 아니다. 박은선이 경기를 뛸 수 있을 만큼 컨디션이 올라왔길래 출전시켰다.”



 -남자축구 지도자가 여자 대표팀을 맡았는데.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 17세 이하(U-17) 청소년 대표팀 감독 등을 하다가 2012년 말 여자축구 대표팀을 맡았다. 처음엔 여자 축구계의 배타적인 분위기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헤쳐 나가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WK리그 경기도 자주 보러 갔다. 부족하니까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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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이 감독님은 인자한 분이라고 하더라.



 “원랜 성질 안 좋았다(웃음). 선수 시절 때는 그라운드 안과 밖의 모습이 전혀 달랐다. 밖에서는 온화한 사람이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지기 싫어하는 투지 있는 선수였다. 연애할 때 아내가 경기장에 와서 과격하게 경기하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선수들을 딸처럼 대한다. 선수들에게 화를 낼 때도 있나.



 “지난 3월 키프로스컵에서 정말 화를 많이 냈다. 성적이 저조한 것보다도 경기만 나가면 부상자가 속출했다. ‘상대가 거칠게 태클을 하는데 왜 너희들은 그렇게 못하니’ 라고 소리를 질렀다. 자식이 맞고 들어오면 쫓아가서 때려주고 싶은 부모 마음과 똑같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는데.



 “이제 욕심이 더 커졌다. 우리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여자축구를 하겠다는 어린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벼랑 끝까지 갔다가 16강에 올랐다. 프랑스(3위)는 강력한 우승 후보지만 이기지 못하란 법도 없다. 난 부족한 지도자지만 선수들을 믿는다. 공은 둥글고,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몬트리올=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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