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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일상으로 들어온 드론, “위~잉” 공중서 반지·꽃 배달 … 깜짝 ‘드론 프러포즈’까지

중앙일보 2015.06.20 01:23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폐허가 된 두르바르 광장과 드론을 합성한 사진. 드론이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오면서 이전엔 카메라로 미처 담아내기 힘들었던 풍경도 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사진 드론프레스]


지난 7일 서울 신정교 위를 나란히 걷고 있던 두 연인 앞에 드론(drone·소형 무인 비행기) 한 대가 출몰했다. ‘위잉’ 하는 프로펠러 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드론 아래 붙어 있던 빨간 플래카드가 아래로 펼쳐지면서 문구가 나타났다. ‘사랑해 사랑해’.

주로 항공촬영·레이싱용으로 즐겨
‘하늘 나는 스마트폰’ 셀카용 곧 출시
국내 5만여 대 … 대부분 150만원 이상
온라인쇼핑몰 올해 매출 6배 늘어



 김모(35)씨는 깜짝 놀란 예비 신부의 손을 잡고 신정교 아래로 내려갔고 드론이 건네준 장미 꽃다발과 반지로 프러포즈를 했다. 예비 신부는 뜻밖의 이벤트에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활짝 웃었다. ‘드론 프러포즈’를 기획한 김씨는 “뉴스에서 요즘 드론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이벤트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주변에 드론이 폭증하면서 나타난 일상의 에피소드 한 토막이다. 1년 전만 해도 간간이 눈에 띄던 드론은 최근 들어 한강 둔치만 나가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흔한 존재가 됐다. 한국모형항공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드론 대수는 5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성대 오승환(드론 저널리즘 전공) 교수는 “중력을 거스르는 건 인간의 오랜 꿈이다. 보통 사람들이 허공에 직접 몸을 띄우는 위험 대신 드론에 탐닉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정비행클럽 동호회 회원들이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 드론 매니어들은 함께 모여 항공 촬영을 하거나 레이싱을 즐긴다. [사진 신정비행클럽]
 지난해 6월 드론에 매료된 5명이 모여 만든 동호회 신정비행클럽은 1년 만에 회원 수가 16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주말이면 신정교 부근에 모여 드론을 날린다. 클럽 회장 김영만(51)씨는 “드론 동호인의 관심 분야는 항공 촬영과 레이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며 “20년 전 컴퓨터 시장처럼 하루가 다르게 제품의 성능이 좋아지고 값도 싸지면서 드론을 찾는 사람이 날마다 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에도 클럽 회원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이 사용하는 드론은 보통 4개 이상의 프로펠러를 달고 있어 ‘멀티콥터(Multicopter)’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여러 개의 날개가 달렸다는 뜻이다.



 회원 이준석(38)씨가 자신의 드론을 두 손으로 잡고 동서남북 방향을 향해 한 번씩 치켜들었다. 옆에 있던 김동현(34)씨가 “일종의 ‘종교의식’처럼 보이지만 드론을 띄우기 전 꼭 해야 하는 필수 절차”라며 “드론에 내장된 GPS 센서에 방위를 명확히 인지시킴으로써 방향 감지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을 내려놓고 조종기를 잡은 이씨가 좌우 레버를 동시에 안쪽으로 밀자 네 귀퉁이에 달린 프로펠러가 회전을 시작했다. 프로펠러가 속도를 높여 ‘위잉’ 하는 바람 소리가 몇 발짝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 찰나, 지면에 고정돼 있던 네 발이 들썩였다. 이내 허공에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수십m 높이까지 치솟았다. 드론 본체 아래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풍경은 실시간으로 이씨의 모니터에 전달됐다.



 이씨가 사용하는 드론은 중국 DJI(大疆創新·다장촹신)의 인스파이어 기종으로 HD 화질의 영상을 제공한다. 카메라를 360도로 돌릴 수 있어 주변 풍경을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담을 수 있다. 결과물도 마치 방송사가 헬기 촬영을 한 영상과 흡사하다. 같은 클럽 회원 권순조(48)씨는 “드론에 가장 애착이 큰 사람은 바로 영상 관련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은 3D를 보는 듯한 환상적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드론 촬영이 지상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을 때는 줄 수 없는 입체감을 선사한다는 말이다.



 영상 매니어들은 2인 1조 촬영을 선호한다. 드론 조종기와 카메라 앵글 조종기가 따로 구성돼 있어서다. 영상 제작을 하는 이상희(48)씨는 “한 사람이 드론과 카메라를 동시에 조종할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각자 맡아야 더 매끄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차장 옆 운동장엔 사람 키 높이의 장애물을 설치하고 드론 레이싱을 펼치는 회원들도 있었다. 드론은 조종에 따라 재빠른 움직임으로 미끄러지듯 장애물을 통과했다. 고글을 쓰고 드론과 한 몸이 된 듯 몰입해 레이싱을 펼친 박진일(34)씨는 “오늘 처음으로 고글을 쓰고 레이싱에 참가했다”며 “드론 머리 부분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이 고글 화면으로 펼쳐지는데 속도감이 굉장하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국내에 본격 보급된 드론은 지난해 급격하게 저변이 넓어졌다. 조립식이 아닌 완제품 형태의 고성능 드론이 국내 시장에 수입되면서다. 복잡한 부품을 일일이 사서 조립하지 않아도 되니 드론에 흥미를 가졌던 사람들이 구입에 나선 것이다. 드론 수입판매업체 헬셀 정미진 이사는 “바람이 불어도 안정적인 비행을 하는 데다 고성능 카메라까지 장착한 완제품 모델인 중국 DJI의 ‘팬텀’ 시리즈가 나오면서 드론이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올 1~4월 드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0% 성장했다. 이제 드론은 백화점에 진열되고, 기업의 이벤트 경품으로 등장하고, 놀이공원에서 체험도 할 수 있는 친숙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한 해 사이에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온 것이다.



 키덜트족의 장난감 취급을 받기엔 드론의 성능도 급속히 발전했다. 요즘 나오는 150만원짜리 제품은 1200만 화소에 UHD 촬영이 가능하며, 조종기에서 최대 2㎞까지 떨어져도 실시간으로 화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정 이사는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 DJI 중심의 드론 판도를 바꾸기 위해 미국 3D로보틱스 등의 업체가 경쟁적으로 영상 등의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드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완구형 드론은 3만~4만원에 살 수 있지만 보통 150만원은 돼야 항공 촬영과 안정된 비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완제품이 아니라 고성능 부품을 조립하는 ‘명품’ 드론은 2000만원에 육박한다.



 아직까지 드론 애호가들은 남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내에 유럽에서 셀카 용도의 드론이 보급될 전망이라 여성도 드론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 등장한 소형 드론 ‘닉시’가 대표적이다. 닉시는 손목에 송신장치를 찬 사람을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는 ‘셀카’ 드론이다. 이르면 올해 내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이 ‘셀카봉’을 구시대의 유물로 밀어내고 셀프 촬영의 주역이 되리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팔로미’ 드론이 대세를 차지하리라는 전망이다.



 드론 출몰이 잦아지면서 우려도 커진다. 사고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집 내부를 들여다볼까봐 집주인이 드론을 내리쳐 부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가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가 공연 중 다가온 드론을 잡으려다가 프로펠러에 손을 베이기도 했다. 한강에서 만난 정모(44·여)씨는 “요즘 한강 둔치에서 드론을 띄우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머리 위에 떨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엄격한 국내 비행 규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행이 금지된 지역에서 무인 비행장치를 띄우다 군 전투 병력이 출동한 일도 있다. 지난 4월 서울 효창공원 주차장에 소형 무인 헬기 한 대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군이 파악하고 격추사격을 위해 헬기가 출동했다. 다행히 조종자를 파악했고 사격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북한이 보낸 드론이 청와대 상공까지 훑고 다닌 사실이 밝혀져 나라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전용 비행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전용 구역에서만 드론을 띄운다면 사생활 침해나 금지 구역 비행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규제로 인해 현재 서울은 대부분 지역에서 드론을 띄우기 어렵다”며 “드론 전용 비행 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김지혜 인턴기자 mole@joongang.co.kr





[S BOX] 12㎏ 넘으면 신고·인증 필수 … 고도 150m 이상 띄우면 안 돼



드론을 장만하면 곧바로 집 앞에서 날려보고 싶겠지만 생각보다 제한이 많다. 12㎏을 초과하는 드론은 반드시 관할 지방항공청에 신고하고 교통안전공단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드론은 12㎏ 이하여서 따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



 드론을 날리는 행위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집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서울 상공은 한강 북쪽 대부분이 비행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드론을 띄울 수 없다. 공항을 중심으로 9.3㎞ 반경(관제권)에서도 금지다. 집이 한강 남쪽 변두리라면 드론을 바로 작동시켜도 되겠지만 서울 대부분 지역에선 불법이다. 비행이 금지된 구역에서도 드론을 띄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서울의 경우 수도방위사령부, 지방일 경우엔 국방부에서 사전 승인을 받으면 된다. 공항 관제권 안일 경우 지방항공청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한강 둔치도 대부분 금지 구역에 포함되므로 사전에 비행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지 구역이 아니라도 드론을 150m 이상 고도로 띄워선 안 된다. 공연장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작동 금지다. 드론에서 물건을 떨어뜨려도 안 된다. ‘음주 드론’도 금지며 시야 밖으로 날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해가 진 뒤 드론을 날려서도 안 된다.



 고성능 드론뿐 아니라 값싼 장난감 드론도 현재로선 모두 같은 규제를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험도가 낮은 드론에 한해 규제를 완화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경진·박양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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