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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이 만난 사람] 시장 3선 지사 3선, 김관용 경북지사

중앙일보 2015.06.20 01:19 종합 15면 지면보기
김관용 지사는 경북 예찬론자다. 그는 “신라의 찬란한 문화, 안동의 유교 선비 문화, 낙동강 700리 가야 문화의 3대 문화권과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이 경북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다음달 1일이면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0년째 된다. 1995년 시작된 민선 자치시대가 ‘성년’을 맞게 됐다. 지방자치시대 20년엔 명(明)과 암(暗)이 교차한다. ‘내 고장 일꾼을 내가 뽑는다’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시켰다는 평가 이면엔 지역 이기주의, 단체장들의 인기영합주의와 선심 행정, 지방 정부와 의회 간 반목, 일부 지방의원·단체장들의 일탈 등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분권화 아직 안 돼 반쪽 지방자치 … 겨울옷 입고 여름 나는 꼴”



 김관용(73) 경북지사는 95년 1기 지자체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지방자치 현장을 누벼온 산증인이다. 기초단체장(구미시장)과 광역단체장(경북지사)을 합쳐 6선을 이어온 사람은 김 지사가 유일하다. 그는 “선거로 주민 대표는 뽑아놨지만 자치행정을 실현할 실질적 권한은 아직도 갖지 못했다”며 ‘절름발이 자치’라고 평가했다. “중앙정부가 지방행정의 권한을 쥐고 내주지 않는 한 진정한 분권과 자치는 어렵다”며 지방자치법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 11일 대구의 경북도청에서 김 지사를 만났다.



 - 지방자치가 어떤 수준에 왔다고 보나.



 “20년간 한 번도 정치 외도를 하지 않고 현장을 지킨 야전사령관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지방자치는 겨울옷을 입고 여름에 움직이는 것과 같다. 자치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게 굉장히 많다.”



 - 부족한 부분은 뭔가.



 “지방자치 출범 자체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자치를 위한 근거(지방자치법)는 만들었지만 내용은 지방의 참여 없이 중앙 관료들이 만들었다. 밑에서부터 쟁취해 얻은 게 아니라 시혜적으로 준 걸 받아먹는 입장이었다. 선거를 통해 주민 대표는 뽑아놨지만 (대표들이) 일을 하려고 해도 실질적인 재정과 조직의 분권화가 안 돼 있다. 무늬만 지방자치다.”



 - 구체적으로 문제를 지적해 달라.



 “자치 조직을 만들거나 자치 입법을 하려고 해도 전부 중앙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자치법규인)조례를 만들려 해도 법령(법률과 시행령)의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조례 제정권은 자치 입법에 관한 문제인데 그걸 (대통령령·총리령·부령 같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영(令)보다 밑에 두도록 하고 있으니 분권과 자치가 안 되는 거다.”



 실제로 헌법상 지방자치(제8장)에 관한 규정은 두 조항(117조·118조)뿐이다. 117조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 체계상으로 조례를 명령의 하위개념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이다.



 - 헌법에도 지방자치 규정은 빈약하다.



 “중앙 관료들이 ‘자치할 수 있겠느냐’며 ‘작품’을 만들어 놓은 결과다. 지방자치 역사가 일천한 데다 역량도 부족하니까 그렇게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애들 시집 장가 보내놓고 잘못한다고 해서 전부 이혼시키고 집에 다시 데리고 들어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치 열차는 다시 돌릴 수 없다.”



 -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분권에 관해 재조명돼야 한다. 지자체가 투쟁을 통해서라도 분권을 획득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다 그런 역사를 거쳤다. 한꺼번에 일도양단할 순 없지만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는 게 급하다.”



 - 어떻게 고쳐야 하나.



 “자치라는 본질에 맞게 지방정부에 과감한 권한을 줘야 한다. 지방에서 현장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자치단체장이 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물론 잘못했을 땐 책임도 강하게 묻도록 해야 한다.”



 - 현장에서 부닥치는 지방행정의 한계는 뭔가.



 “예를 들어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치자. 소·돼지에게 전염병이 생겼는데 시료를 채취해 중앙에 올리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렸다 내렸다 하는 사이에 전염병은 막 확산이 되는 거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 아닌가. 경북의 경우 건의를 오래 해서 꽤 개선이 됐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검사 기능이 여기서 다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현장 대응에 필요한 조직관 같은 전문기능을 (도지사가)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국장 한 사람도 마음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일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개헌 주장도 하고 있는데.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 분권형 국가라고 명시해 분권 국가란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왜 분권이 필요한가. 지나친 분권 요구는 지역이기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의 집중도가 20%, 도쿄는 32%쯤 된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 집중도는 50%다.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 지방 분권이 되지 않으면 집중화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수도권이 맘모스화돼 비만증에 걸리고 지방은 영양실조에 걸리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한 데, 잘하는 데로 사람이 몰리는 약육강식의 법칙, 정글의 법칙대로 가면 시장이 실패하고 나중에 재앙으로 바뀐다. 균형이 깨지면 불균형으로 인한 갈등과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권·조세권을 갖고 있는 국가가 권한을 갖고 시장의 실패를 조절해야 한다. 수도권에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하는 분권이 그래서 필요하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밤중에 메르스 기자회견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 갈등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자치 인식에 변화가 생겼으니까 그렇다. 옛날엔 꼼짝 못하고 그냥 주는 대로 따라갔지만 자치 인식에 변화가 생기니까 저항을 하는 거다. 메르스도 마찬가지지만 피해가 나면 바로 뛰어갈 사람은 여기 지방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모든 게 중앙 집중화돼 있으니 현장 대응 능력이 약해진다.”



 - 지방 행정에 대한 불신도 크다. 선심성 행정이나 포퓰리즘은 문제 아닌가.



 “일부 (단체장들이) 사치스러운 행사로 (예산) 낭비를 하거나 인기몰이 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준이 굉장히 향상돼 있다. 또 그걸 통제할 수단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의회와 지역 언론, NGO가 (감시)한다.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도 있다. 임기 4년이 지나면 시민이나 주민들이 표로 평가한다. 자기는 잘했다고 하지만 유권자들이 아니라고 평가하면 아닌 거다. 이런 제도적 견제장치가 다 있는데도 (중앙정부가) 권한을 안 주고 있다. 표만큼 무서운 게 어디 있나.”



 -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불·탈법과 비리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에선 다시 임명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소수지만 부정이 있다든지, 독선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언론에 많이 나오지만 잘하는 데도 많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민주주의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지금은 그런 단계로 가고 있는 과정이고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가 없이 오는 건 없다. 부정도 생기고 사고도 생기지만 빛이 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 6기 시·도지사 중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권에 도전하는 건 아주 좋다. (대통령은) 나라살림 하는 CEO니까 (지방)살림을 살아보고 지방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CEO로서의 역할은 굉장히 바람직하다.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다만 지방자치는 생활정치 하는 거니까 너무 정치화하지 않도록 수위 조절이 되면 좋겠다.”



 김 지사는 본적지(경북 구미시 고아읍)와 현주소가 같다.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고아는 선산 김씨 집성촌이다.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야간대 입학→행정고시 합격→구미시장(3선)→경북지사(3선)로 이어지는 입지전적 삶을 살았다. 이어지는 김 지사의 회고.



 “아홉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농사지으며 가난하게 살았지만 공부는 잘했다. 동네에서 어머니에게 ‘꼴머슴’(생계를 해결해 주고 머슴으로 일을 시키는 것)으로 달라는 요구가 왔다. 그 길로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대구에 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교인 대구사범학교를 나와 19세에 교사(구미초교)가 됐다. 야간대(영남대)를 다니면서 고시에 합격했다. 용산세무서장, 청와대 민정행정관을 했는데 ‘고향 가서 군수 한번 해봤으면’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린 맘에 군수가 지프 타고 농촌에 오는 게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 6번 출마해 6번 당선됐다. 무패의 비결은.



 “겸손인 것 같다. 나를 낮추니까 도민들이 좀 잘못해도 용서해 주더라. 김관용이 그런 사람 아니라고.”



 - 중앙정치로 나가지 않고 고향을 지킨 이유는 뭔가.



 “나를 지켜주는 도민이 있으니까 그렇다.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닌데 선거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었겠나. 밟으면 밟히고 봄비가 오면 새싹이 트듯이 도민들이 있으니까 어디 가도 기가 안 죽는다.”



 - 후회되는 일은.



 “일에선 크게 미스를 범한 건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실패작이다. 애들과 집사람한테 미안하다. 큰아들이 얼마 전 결혼했는데 데이트할 때 아빠 직업을 ‘도지사’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한다. 퇴직공무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 임기(2018년)가 끝나면 다른 선출직에 도전할 건가.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여기 남아서 봉사하겠다. 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글=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jmle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S BOX] 경북도청 대구시대 마감 … 안동·예천 검무산 자락에 새 둥지



‘27년 숙원사업’이던 경북 도청사 이전이 올해 내 이뤄진다. 현재 대구시 산격동에 위치해 있는 도 청사가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 검무산(劍無山) 자락으로 옮겨간다. 기본설계와 공사를 마치고 하반기에 이전이 시작된다. 청사 이전을 밀어붙인 사람은 김관용 지사다.



 “27년간 도청을 옮긴다고 해놓고 못 옮겼다. 난 약속을 지키는 지사가 되겠다고 해서 첫 도지사 당선(2006년) 후 2년차 때 청사 이전을 결정했다. 대구·경북에 주소지가 없는 교수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검무산 자락이 최적지로 결정됐다. 선정이 부당하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음 선거에 떨어진다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교통이 불편하고 근접성이 떨어져 점수가 나올 수 없는 지역이 선정된 것이다. 이건 운명이다 싶었다. 그때 주민이 무섭다는 것, 백성이 하늘이란 걸 느꼈다. 주민들이 어려운 결정을 하는 걸 보니 대단하다며 다시 지사가 돼야 한다고 하더라. 2010년 지사 선거에서 전국 최고득표를 했다.”



 청사 이전엔 두 가지 코드가 담겼다. 경상도(慶尙道)라는 지명이 붙여진 지 700년(정확히는 2014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와 함께 유교문화도시의 상징으로 기와를 얹은 한옥 스타일로 설계된 점이다.



 김 지사는 “지붕엔 기와를 얹고 내부는 현대식으로 지었다”며 “우리나라 고택의 40%가 있는, 유교문화 중심지로서 경북의 이미지를 살려 청사 인근에 주택 700채를 한옥으로 짓는 안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한옥주택은 호텔·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일반 주민에게도 분양할 계획이다. 도청사를 중심으로 경찰청·교육청·문화센터 등이 자리해 원스톱 서비스가 수월해진다는 이점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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