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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시험 다 보는 일본] 첫 양식 물고기는? 생선 맞히기 … 아이 젖니는 몇 개? 아빠 테스트 … 철도·맥주·만화·연극 시험까지

중앙일보 2015.06.20 01:16 종합 16면 지면보기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시험이지만 일본에는 시험 보기를 즐기는 ‘검정(檢定) 매니어’들이 많다.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 시험 보고 자격증을 따는 게 이들의 취미다.



 시험 종류도 다양하다. 생선·오코노미야키·버섯·맥주·위스키 등 먹거리는 물론 철도·선박·성곽·절(寺) 시험, 세계문화유산·후지산·고대 로마사(史) 시험까지 각양각색이다. 인기 만화나 스포츠팀에 관한 시험도 있다.



 일본 검정(檢定)포털에 따르면 오는 28일 도쿄(東京)·나고야(名古屋)·교토(京都)·오사카(大阪) 등에서 제6회 생선 검정시험이 치러진다. 생선 검정시험 주최 측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은 수산물 자원이 풍부하며 생선이 일본의 원동력”이라며 “생선을 먹더라도 알고 먹자는 게 시험의 취지”라고 말했다. 4지 선다 100문제가 출제되는데 초급은 생선 이름 맞히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긴키(近畿)대 수산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완전 양식에 성공했으며 ‘대졸 물고기’로 불리는 이 생선은?’ 같은 문제가 나온다. 정답은 참치다. 긴키대는 2002년 인공 부화로 성장한 흑참치를 ‘긴키 마구로’라는 브랜드로 상업화했다. 1급 응시료는 7300엔(약 6만6000원), 시험 교재는 1850엔으로 비싼 편이다.



 오는 10월 4일 열리는 일본 맥주 검정시험에 합격하면 맥주의 원료인 맥아가 들어간 합격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시험은 대도시 위주로 열리는데 대도시가 아닌 삿포로(札幌)는 맥주로 유명하다는 점이 감안돼 시험이 치러진다. 1급 시험은 7200엔이며 맥주의 역사·종류 등이 출제된다. ‘일본에서 최초의 맥주 양조공장이 있던 곳은?’ 물음에 ‘요코하마(橫濱)를 맞혀야 하는 식이다. 지난 3회까지 1만3000명이 맥주 시험에 응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쩍 열을 올리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세계문화유산 검정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다음달 5일 열리는 이 시험은 벌써 20회를 맞이해 지금까지 8만 명이 응시했다. 1급 시험 합격률은 24.2%에 불과하고 평균 합격률도 47.2%로 낮은 편이지만 응시 열기를 꺾진 못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문화유산 시험을 본 응시자만 2만1227명이다. 배우 겸 변호사인 모토무라 겐타로(本村健太<90CE>)가 1급보다 높은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됐다.



 좋아하는 역사만 골라 시험을 볼 수도 있다. 다음달 12일 열리는 신센구미(新選組) 시험이 그런 예다. 신센구미는 막부를 보호하던 준(準) 군사조직으로 영화·만화 등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만화 ‘바람의 검심(劍心)’이 신센구미를 소재로 했다. 70% 이상 맞히면 합격인데 합격자에겐 신센구미에서 실제로 쓰던 계급명을 부여한다. 3급은 조장(組長), 2급은 부장(副長), 1급은 국장(局長) 칭호를 받는다. 막부체제를 종식시키고 근대 일본의 토대를 마련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에 특화된 시험도 있다.



 팬심(心)을 확인하는 시험도 많다. 야구팬이 많은 일본에서 올해 제1회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험과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험이 열렸다. 다카라즈카(寶塚) 극단 시험도 있다. 이 극단은 여성으로만 이뤄졌으며 1913년 창단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팬층도 두껍다. 지난 3월 열린 이 시험 응시료는 어른 3000엔, 학생 500엔이다.



 지역 관광과 특산물을 결합한 시험도 있다. 좋은 쌀로 유명한 니가타(新潟) 청주 전문가 시험, 유제품의 본고장 홋카이도(北海道) 푸드 시험 등이다. 일본인들이 영험한 산으로 여기는 후지산 시험은 후지산이 속한 시즈오카(靜岡)와 야마나시(山梨)현에서 치를 수 있다.



 시민 의식을 환기하는 시험도 있었다. ‘아빠 시험’이 대표적 . 비정부기구(NPO) 파더링 재팬(Fathering Japan)이 주최한 아빠 시험은 육아의 대부분을 여성이 맡는 상황에서 ‘아버지임을 즐기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2008년 제1회 시험을 쳤다. ‘아이들의 젖니는 보통 몇 개인가?(20개)’, ‘어린이들이 흔히 앓는 볼거리의 잠복 기간은?(2~3주)’ 등 육아 상식부터 ‘전투용 개조인간의 활약을 그린 어린이 만화영화는?(가면 라이더)’ 등이 출제돼 아빠들을 쩔쩔매게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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