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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SNS가 감정의 하수구인가 신물 나는 속 얘기도 지겹다

중앙일보 2015.06.19 00:53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 현
JTBC 국제부 기자
낮밤 가리지 않고 일 얘기가 올라오는 단체창만 문제가 아니었다. 수시로 까똑 까똑 울리는 ‘개톡(개인 카톡창)’의 기습공격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SNS로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는 개의치 않고 꿋꿋이 자기 얘기만 써 올린다. “자니? 난 왜 늘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하아.” “형 뭐해요? 오늘도 팀장이 갈구네요….”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간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좋지만, 침대에 누워 있는 순간에도 친구의 불평불만을 들어야 하는 건 참 고역이다. 미국애들은 이런 걸 TMI(too much information)라고 한다나. 우리나라 속어로 ‘안물 안궁(안 물어본 것, 안 궁금한 것)’쯤 되겠다. 가끔은 내가 누군가의 ‘감정 하수구’가 된 기분이다.

 온갖 과잉된 감정을 쏟아붓는 글에 질려 페이스북을 탈퇴한 지 2년째다. 나 역시 한때는 야밤의 센티멘털을 담은 페이스북 글들로 스트레스를 표출하며 살았다. 언젠가부터 쓰는 나도 보는 지인들도 참 지긋지긋한 일이란 생각에 끊어버렸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끄적이는 대화가 썩 진정성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소개팅 상대가 자꾸 카톡으로 쓸데없이 말을 거는 게 싫어서 먼저 “토요일 저녁 6시에 봅시다” 하고 말을 끊어낸 적도 있다. 어떤 관계든 알맞은 거리감이 필요한 법인데 소통에 물리적 제약이 없어지면서 부담스러운 연락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단 한순간도 감정을 배설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깊은 심심함’을 권하고 싶다. 하루쯤은 혼자 조용한 점심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회사 앞에 새로 생긴 국밥집에 마련된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나 홀로 식사족) 자리가 반가웠다. 극약처방으로 아예 혼자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떤가. 기차에 앉아 스쳐 지나는 낯선 풍경을 보며, 들어도 어차피 귀에 안 들어올 외국어만 웅웅대는 낯선 이국 길거리를 걸으며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는 거다. 그동안 입력된 이야기와 정보와 감정들은 넘치도록 충분하다. 천천히 곱씹고 정리하며 균형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혼자 다니면 남들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그게 이 테라피의 핵심이다. 남의 시선은 신경 끄고 나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는 훈련이다. 내 감정을 타인에게 배설하는 이기심 대신 내 감정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시간을 좀 가져보았으면 한다. 하소연을 하고 누가 들어준다고 다 힐링이 아니다. 입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맴돌 때 누군가에게 퉤 뱉고 잊어버릴 게 아니라 한번 눈 질끈 감고 목구멍으로 넘겨서 소화시켰으면…. SNS도 깨끗해지고 인생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현 JTBC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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