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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하노이의 히든챔피언, 병선·국현·영주

중앙일보 2015.06.19 00:03 경제 8면 지면보기
노현종
한국교통대학교
행정정보학과 교수
지난 5월 고용노동부의 청년해외취업 연수기관 현지 평가를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다. 무덥고 습한 하노이에서 만난 대한민국 청년들은 싱그럽고 생기가 넘쳤다. (사)대우경영경제연구회 글로벌청년사업가(이하 GYBM) 3기 과정을 마치고 하노이 현지에 근무하고 있는 유병선(31) 대리를 만났다. 이 과정은 현지 창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해외취업연수과정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유 대리는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1년 반 근무하다 가구에 대한 창업의 꿈을 안고 미국 IYRS스쿨로 떠났다. 2012년 미국 체류 때 GYBM에 응모해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후 한국인이 설립한 최초의 베트남 상장기업 에버티아 베트남 제이에스씨에 취업했다. 미래의 꿈이 뭐냐고 물은 나는 오히려 머쓱해졌다. 유 대리의 세후 연봉은 삼성전자 초봉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GYBM 3기 출신 김국현(27)씨는 귀여운 외모에 아직 앳돼 보였다. 전자선 접속장치 PCM 부문에서 세계 1위인 자화전자의 현지 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아시아 언어 하나는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GYBM에 지원했다. 현재 10개월 째 근무하고 있었고 회사일이 정말 바쁘다며 인터뷰와 식사를 마친 후 현지인이 운전하는 회사 차량을 타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김씨는 신규 사업 부문을 맡고 있었다. 영어와 신흥 아시아 국가 언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는 도전은 이미 달성한 듯 보였다. 김씨의 연봉 역시 자화전자 국내 본사보다 높았고 업무의 성격은 한국 신입사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자화전자 하노이 법인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글로벌 자산운용 조인트 회사에 마케팅 부실장으로 근무하는 따 티 탄 투이(33·여)씨는 한국 청년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매너를 가지고 있으며, 성실하고 예의가 바르다. 그리고 빠른 언어와 문화 습득으로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고 칭찬했다.



 베트남에서 꿈을 키우고 도전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분야도 다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해외 일자리 창출을 해보라’는 주문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니가 가라 중동.” 청년 해외취업에 대한 국내의 비아냥거림과 비판은 적어도 내가 만난 유병선, 김국현, 그리고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KGL하노이 지사 취업을 개척한 노영주(28·여)씨에게는 해당되질 않았다. 이들을 만나고 난 후 ‘88만원 세대’로 상징되는 국내의 청춘들에게 간곡하게 도전을 권하고 싶었다.



 국내 청년 일자리는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면 다른 사람은 실업자가 된다. 해외취업이 가능한 청년은 국내취업도 가능하다.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취업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도전에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노현종 한국교통대학교 행정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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