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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메르스 안심보험’이 최선인가

중앙일보 2015.06.19 00:02 Week& 2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차관이 기자들 앞에서 ‘메르스 관련 관광업계 지원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레저터치를 다시 썼다. 지난 주말 일본 출장을 가기 전에 마감한 레저터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관광당국의 속수무책을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나온 지금은 생각이 또 바뀌었다. 차라리 무대책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정부 대책 중에서 눈에 띄는 건 두 가지다. 관광업계 경영난 해소를 위한 특별융자 사업과 방한 외국인을 위한 안심보험 개발 및 홍보 사업이다. 특별융자 사업은 관광업계 지원대책이다. 곤경에 처한 관광업계에 운영자금을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전염병이 돌고서 매출이 반 토막났다고 하니, 당국이 업계의 손을 잡아주는 건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외국인을 위한 안심보험 사업. 이 사업은 설명이 필요하다. 오는 22일 이후 방한하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메르스에 걸리면 돈을 준다는 내용이다. 보상 내용은 여행경비+치료비+3000달러(사망 최대 1억원)이다. 외국인은 입국과 동시에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된다.



이 두 번째 대책, 그러니까 안심보험을 놓고 국민 대부분이 어처구니없어 한다. 정부는 방한을 고민하는 외국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지만, 민심은 “낙타 고기 먹지 말라는 메르스 예방 대책 이후 최악의 조치”라며 들끓고 있다.



우선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비아냥을 옮긴다. “아예 한국=메르스라고 광고를 해라, 광고를.” 정부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안심보험을 홍보하다 보면, 한국이 메르스 위험국이라는 사실만 더 부각된다는 주장이다. 조롱 중에는 “내 세금으로 왜 외국인 관광을 시켜주느냐?” “한국인이 메르스 걸리면 왜 돈 안 주느냐?” 같은 것도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병에 걸리면 돈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다.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의 트위터를 인용한다. “우리가 ‘중국여행 와서 전염병 걸리면 여행경비 공짜’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홍보물을 본다면 어떻게 느낄까요? 돈에 환장해 사람 목숨까지 경품으로 거는 것들이라 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곧 메르스를 잡을 테니 잠깐 기다렸다가 그때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면.”



SNS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문체부는 16일 해명자료를 내놨다. “안심보험은 침체를 겪는 국내 관광업계의 방문객 유치활동에 정부가 보증을 서겠다는 취지”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정부가 외국인을 돈으로 사겠다는 행동으로밖에 안 비친다. ‘업계가 힘드니 돈을 줘 달래고 외국인이 안 오니 돈을 줘 부르자’는 얄팍한 계산으로 말이다.



문체부는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목적이 국내 관광업계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틀린 입장은 아니지만, 문체부가 관광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늘 맞는 입장은 아니다. 문화체육부가 문화체육관광부가 된 건, 문화적인 마인드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를 바라서였다. 그러나 최근 문체부가 내놓는 소위 관광정책에는 문화적인 고민이 안 보인다. 오로지 돈이다. 이럴 바에야 문화를 다루는 부처가 아니라 돈을 다루는 부처가 관광산업을 책임지는 게 낫겠다 싶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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