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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메르스 사망자 …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 양이 관건”

중앙일보 2015.06.17 02:24 종합 3면 지면보기
고령에다 지병을 앓고 있는 환자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기존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77세의 고령인 18번 확진자는 메르스로 진단받은 지 열흘 만에 완치돼 퇴원한 반면 평소 건강했던 98번 환자(58)는 사망했다. 16일엔 40대 사망자도 처음 나왔다. 전체 사망자 19명 중 98번 환자를 포함해 51번(72·여)·81번(61)·123번(65) 등 4명은 감염 전 만성질환 없이 건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을까. 메르스 확진환자 154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건강상태·연령 이외에 감염 당시 상황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완치와 사망, 왜 운명 갈렸나
완치 77세, 첫 환자와 떨어져 있어
‘고령·지병 환자 취약’ 통설 깨져
수퍼 전파자 ‘14번’에 옮은 74명
이 중 완치된 사람은 두 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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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엄중식(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당시 몸에 들어오는 바이러스 양이 중요한 요인”이라며 “지병이 없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8번 확진자는 최초 환자(68)와 평택 성모병원의 같은 병동에서 이틀간 입원해 있다가 감염됐다.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에 머물렀던 그에게 전파된 바이러스의 양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퇴원 뒤 “심한 감기몸살 정도로만 아팠다”고 말했다. 감염은 됐으나 증세는 심하지 않았다. 그는 열흘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뒤 쾌차했다.



 사망한 98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보호자로 잠시 들렀다가 ‘수퍼 전파자’ 14번에게 노출됐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바이러스를 엄청나게 내뿜는 사람에게서 감염된 경우엔 증세가 심해져 상대적으로 치료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1번·14번·16번 같은 수퍼 전파자에게 노출되면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환자 74명 중 완치된 사례는 41번(70·여)·56번(45) 2명뿐이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두 사람은 환자가 아닌 보호자로 응급실을 찾아 환자들에 비해 오래 머물지 않았고 건강상태도 좋은 편이어서 빨리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까이서 오래 접촉한 경우 더 위험할 수도 있다. 16번과 대전 건양대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23번(73)·24번(78)·36번(82) 환자 모두 사망했다.



 메르스 최초 환자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지난달 11일 증세가 나타난 뒤 한 달 닷새가 지난 지금까지 중태다. 현재 자발적인 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폐 조직이 망가져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보건 당국은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여행 중 낙타 등 감염원(숙주)과 접촉해 직접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도 상당한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치료시기도 중요하다. 서울의료원 최재필(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발병 초기에 인터페론·리바비린 등을 투약하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면 가볍게 앓고 넘어갈 수 있다. 폐렴으로 진행된 뒤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초 환자를 진료한 뒤 감염된 서울 강동구 365열린의원 의사(5번·50)는 일주일 만에 완치됐다. 그는 미열 등 증세가 나타나자마자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퇴원 뒤 그는 “독감보다 메르스 증세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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