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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병사, GP 앞에서 ‘1박 귀순’

중앙일보 2015.06.17 02:15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오전 귀순한 북한군 병사 A씨(19)가 전날 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국군 소초(GP)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GP 4m 앞까지 접근해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또 A씨는 귀순하기 일주일 전 함경남도에 있는 후방부대를 탈영해 200여㎞를 이동해 왔다고 한다.


함경도서 탈영 7일간 200㎞ 이동
군, GP 4m 앞 접근 때까지 몰라
“기상 악화로 열감시장비 한계”

 군 관계자는 16일 “A씨는 북한군 후방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던 10대 후반의 하급병사(한국군의 일병)”라며 “잦은 구타 등으로 복무염증을 느끼던 중 귀순을 결심하고 지난 7일쯤 부대를 이탈해 일주일 동안 차량과 도보로 북한군 중동부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A씨가 전방으로 이동한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기무사령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에서 조사 중이다. 다만 군 당국은 그가 북한군 간부의 운전병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구간은 자신이 몰던 차량 등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A씨는 14일 밤 북측 철책(북방한계선)을 통과한 뒤 우리 측 GP 인근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15일 오전 7시55분쯤 GP 외곽 방호 철조망 지역에서 귀순 의사를 보였다”며 “경계근무 중이던 근무자가 귀순자를 발견해 GP장에게 보고했고, GP장이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북군이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당시 근무병사는 GP 외곽에 설치한 철책 바깥에서 인기척을 느낀 뒤 A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A씨가 GP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근무자 앞 4m에 접근할 때까지 발견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2012년 10월 북한군이 MDL과 남방한계선 철책을 넘어 GOP(일반전초) 소초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귀순 사실을 안 이른바 ‘노크귀순의 재현’이란 논란도 일고 있다.







 16일 국회 국방위에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3년 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왜 전방에서 자꾸 뚫리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귀순자를) 발견할 당시 짙은 안개로 10m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군이 열상감시장비(TOD)를 운영했지만 기상 악화로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멀리서부터 발견하고 조치했으면 바람직했을 텐데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도 “GP 철책 밖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북한군 철책이 뚫린 것이지 우리 군이 뚫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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