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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취업·돈·건강 … 세대 달라도 “하루가 힘들고 슬프다”

중앙일보 2015.06.17 02:00 종합 14면 지면보기
힘들다, 슬프다, 우울하다, 속상하다, 눈물 난다….


한국인의 마음 빅데이터 70억 건 분석 <2> 슬픔
트위터·블로그 속 ‘슬픈 한국인’
매일 ‘힘든 하루’ 글 32만 건 올라와
청년층은 학업 스트레스, 열등감
장년층은 노후 걱정, 외로움 시달려

트위터·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는 이처럼 슬픔을 표현하는 말들이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올라온다. 실제로 본지와 다음소프트가 트위터·블로그에 등록된 빅데이터 70억 건을 분석해 보니 지난 7년6개월간 온라인에 올라온 감성 연관어 가운데 슬픔과 관련된 단어가 22.3%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슬픔을 표현하는 단어 가운데 ‘힘들다’(51%)는 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슬프다’(19%) ▶‘우울하다’(6%) ▶‘속상하다’(4%) ▶‘괴롭다’(4%) ▶‘마음 아프다’(2%) 순이었다. 특히 ‘하루가 힘들다’는 언급은 블로그 기준 32만6129건(프리퀀시·frequency, 특정 단어가 하루 동안 언급된 건수)에 달했다.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경기 침체와 대형 사고 등으로 함께 겪게 되는 ‘집단 슬픔’이 개인의 일상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어떤 이유로 일상적으로 슬픔을 표출하고 있는 걸까. 1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시민 4명에게 슬픔에 대해 물었다. 당신은 지금 왜 슬프십니까.



 ◆‘학업’이 슬픈 10대=최광석(18·숭실고)군은 수능을 148일 앞둔 고교 3학년생이다. 하루 18시간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매일 반복된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업의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따라다닌다. 최군은 “연애도 하고 싶고 해외여행도 가고 싶은데 시간은 제한돼 있다. 모두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진다”고 말했다.



 ◆‘미래’가 슬픈 2030=계약직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김모(24)씨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한숨 짓는 일이 부쩍 늘었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또래를 보며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압박감이 커지자 하는 일이나 수입에 대해 지인과 가족들에게 부풀려 거짓말을 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됐다. 데이트 비용도 부담스러워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한다.



 김씨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슬프다”며 “일자리를 못 구하고 실패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우울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노후 대책’ 꿈 못 꾸는 4050=오미숙(53)씨는 주부이자 대학교 청소노동자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섬유공장에 취직했다.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보니 청춘이 다 지나갔다. 지금은 대학기숙사에서 청소를 하며 150만원가량을 받는다. 하루가 힘겨운 오씨에게 노후대책은 사치다.



 두 딸의 매 학기 등록금 400만원을 마련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올해 25세인 첫째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다. 오씨는 “남들처럼 결혼식을 치러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빚을 져야 할 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벗 떠나고, 삶 외로운 6070=서대남(73)씨는 요즘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고민한다. 고려대 영문학과 61학번인 서씨의 대학 동기는 40명. 이 중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났다. 최근엔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서씨는 “아직도 친구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자주 울적해진다”고 말했다. 작은 일로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는 “손주들 보는 낙으로 살아가는데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 서운하고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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