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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어느 편에 설까

중앙일보 2015.06.17 00:56 경제 5면 지면보기
엘리엇이란 암초를 만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놓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의 뜻대로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쪽과 엘리엇 의도대로 무산될 수 있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갈리는 건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에 대한 판단이 달라서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하며 백기사로 나선 KCC의 지분을 합하면 삼성 측 우호 지분은 19.8%다. 반면 엘리엇(7.1%) 편에 설 가능성이 큰 외국인 지분은 26.7%다.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밖에 없는 구도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결정은 다른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지분은 7.7%로 추정된다.


엇갈리는 증권가 관측
“주가 하락 우려 찬성표 던질 것”
“삼성 손 들어줄 지 확신 어려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본 증권사들은 국민연금이 찬성 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3년 간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수익률 극대화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국민연금이 1조원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제일모직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을 받는 서스틴베스트에서 이미 이번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며 “국민연금이 삼성 편에 설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주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 비율 산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엘리엇의 주장이 관철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이 엘리엇 편에 서게 되면 합병 반대 지분은 30%가 넘게 된다. 김 센터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측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위원회를 열어 논의하는 게 원칙이지만 어려울 경우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아래 설치된 위원회로,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한다. 지난 3월엔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 문제와 관련, 현대차 사내 이사 재선임안에 어떤 의견을 낼지를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한전 부지 매입이 현대차그룹의 기업가치를 어느 정도 훼손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내 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17일이면 어느 쪽의 전망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삼성물산은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상정한다. 다만 비록 다음달 17일 주총에서 삼성 측이 표 대결에서 이긴다고 해도 엘리엇이 미국 등 외국 법정에서 계속 소송전을 이어갈 공산이 커 양측의 대결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정선언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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