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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시각장애인 교사? 아이들에겐 그냥 ‘선생님’입니다

중앙일보 2015.06.17 00:02 강남통신 8면 지면보기
서초구 경원중에서 만난 김헌용 영어 교사



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김헌용(29) 서초구 경원중 영어 교사가 시력을 잃기 시작한 건 유치원 때였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망막박리(망막이 찢어진 것)’였다. 왜 이 병에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독일로 가 수술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한쪽 눈은 실명, 나머지 한쪽 눈은 0.04 수준의 시력이 남았다. 10배 확대경으로 봐야 간신히 책에 쓰인 글자가 보였다.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그 눈으로 맹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TV에 딱 붙어 축구 경기를 봤다. 중학생 때부터는 BBC 스포츠 라디오를 들었다. 영어가 좋았다.



 “어렸을 때 독일 갔던 기억, 짝사랑했던 중1 영어 담임 선생님, 그리고 그때쯤 해외 축구에 관심을 두게 돼 찾아 들은 외국 라디오며 영문 자료들이 제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죠.”



 시각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맹학교 교사, 안마사, 사회복지사 정도였다. 사범대 특수교육과에 들어가 영어교육을 복수 전공했다. 중등교원 임용 시험에 합격해 경원중에 부임한 건 약 5년 전이다. 교사가 된 첫해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혔다. 시각장애인용 교육 행정 프로그램이 없었고, 점자 교재도 없었다. 지역 시각장애인복지관 도움을 받아 필요한 것들을 새로 만들었다.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건 학생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많이 긴장했는데 학생들이 장애를 쉽게 받아들여 주더군요. 부임 첫해 교원 평가 때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 열심히 한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을 많이 해줬어요. 그런데 다음 평가 때부터는 장애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더군요. 학생들이 저를 ‘장애인 교사’가 아니라 그저 ‘선생님’으로 생각해줬어요.”



 그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올초 학교에 복직했다. 그는 다시 신임 교사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끊임없이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제가 배운 걸 수업에 잘 접목해 학생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또 바람이 있어요. 제게 손을 내미는 학생 중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거나 가정에서 아픔을 겪은 경우가 있어요. 그들과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보람차요. 앞으로도 학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친밀한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만난 사람=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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