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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중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로봇 혁명’

중앙일보 2015.06.16 00:39 종합 29면 지면보기
마틴 포드
경제 저널리스트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 세계의 산업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많은 저임금 근로자를 쏟아냈다. ‘중국은 전 세계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몽땅 먹어치우는 몬스터’란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중국이 지금 근로자 대신 로봇을 써서 생산라인을 바꿔 가고 있다. 전 세계 경제에 또 한 번 막대한 영향을 끼칠 변화다.



 지난해 중국 내 공장에 설치된 로봇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4분의 1에 달했다. 전년 대비 54%나 늘어났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까지 미국·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 생산 라인을 보유한 국가가 될 것이다.



 광둥에 위치한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마이디어’는 올해 안에 가정용 에어컨 생산 라인의 근로자 6000명을 로봇으로 대체한다. 이는 그 근로자의 20%에 해당한다. 애플의 핵심 하청업체인 폭스콘도 3년 안에 전체 공정의 70%를 로봇이 도맡게 할 방침이다. 폭스콘은 이미 청두에 100% 로봇으로 돌아가는 자동화 공장을 설립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국 근로자들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출 주도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의 틀을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도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지난 수년 동안 해외 투자는 중국 경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반면에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내수가 이렇게 취약한 경제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될 수 없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시장에서 팔려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집을 지으면 누군가 들어와 임대료를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이 수익을 내려면 중국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해야 한다. 공장에서 나온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현재 수준보다 훨씬 많은 소비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는 아주 어려운 과제다.



 중국 지도층은 수년 전부터 소비를 늘리려고 힘썼다. 그러나 진전은 거의 없다. 경제 덩치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의 중국 가계 소득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인정해 최근 임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중국인이 유달리 저축에 열을 올리는 것도 문제다. 중국 가계의 평균 저축 비중은 소득의 40%에 달한다. 중국이 자본주의로 전환하면서 사회안전망이 대부분 소멸된 게 높은 저축률에 일조했다. 은퇴 후 질병이나 자녀 부양 같은 부담이 커질 것을 두려워해 돈만 생기면 저축하고 보는 성향이 뚜렷해졌다.



 답은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국민의 가계 소득을 올려주고 저축률은 줄여야 한다. 그런데 로봇 개발로 인한 급격한 기술 진보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거엔 제조업을 기반으로 중산층을 구축한 뒤 서비스 경제로 전환하는 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교과서적 수순이었다. 미국이 먼저 이 길을 걸었고, 일본과 한국이 뒤를 따랐다. 자동화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뒤처져 있던 시절이라 이들 나라는 비교적 손쉽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중국은 로봇 시대에 이런 과업을 이뤄내야 한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로봇화는 중국 생산업의 고용 능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이미 1995~2002년에 일자리 1600만 개가 사라졌다. 중국 전체 생산직의 15%에 달한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가 화이트칼라(고숙련)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블루칼라 실직자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 고숙련 노동자로 키워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매년 쏟아지는 대졸자들을 받기에도 힘이 부치는 형편이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졸 구직자의 취업률은 절반밖에 안 된다. 또 취업한 근로자들의 43%는 자신이 받은 교육 수준보다 한참 떨어지는 자리에 취업했다며 불만이다. 로봇화는 주로 젊은층의 일자리를 많이 빼앗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청년층 불만이 정정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의료보험을 강화하고 노후·실업연금을 늘린다면 저축률이 조금이라도 낮아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중국 근로자들의 근본적 불안까지 해소해 주기 어렵다. 중국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직접적인 소득 보완책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근로소득 세액 공제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속화되는 로봇 혁명으로 점점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선 이런 직접적 지원책도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로봇 발전으로 국가의 기반이 와해되는 막장 상황에 몰릴지도 모른다. 공산당 일당 독재인 중국은 국민의 정치적 불만을 경이적인 경제성장으로 무마해 왔다. 베이징이 로봇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저성장 사태를 막을 묘수를 찾지 못한다면 감당하기 벅찬 곤경에 처할 우려가 크다.



마틴 포드 경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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