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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월드컵] 선수들을 깨운 문구 "스페인 이기면 조 2위"

중앙일보 2015.06.15 07:18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쉐라톤 호텔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묵고 있는 방마다 한 장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선수들은 이 문구를 보고 어수선한 마음을 다 잡았다.



한국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1패(승점1)로 E조 4위까지 처져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팀(일본·호주·태국·중국·한국)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는 팀이다. 14일 2차전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승리를 코앞에서 놓쳤다. 2-1로 이기고 있다가 경기 종료 1분을 앞두고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무승부를 거뒀다. 분명 비겼지만 마치 완패를 당한 느낌이었다. 윤덕여(54) 감독은 고개를 떨궜고,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을 비롯한 선수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멋진 헤딩골을 넣었던 전가을(27·현대제철)은 기뻐할 겨를도 없었다. 2패를 당한 것 같은 분위기에 마지막 경기 스페인전(18일 오전 8시)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한국 여자축구 사상 월드컵 첫 16강 진출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전을 무조건 이겨야한다. E조는 브라질이 2승(승점6)을 거둬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코스타리카가 2무(승점2)로 2위, 스페인이 1무1패(승점1, 골득실 -1)로 3위다. 한국은 스페인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2)에서 뒤져 4위다.



마지막 경기는 한국-스페인, 브라질-코스타리카 경기다. 각각 오타와와 멍크턴에서 동시에 경기가 열린다. 한국이 스페인전을 승리하고 브라질이 이기거나 비기면 한국은 1승1무1패(승점4)가 된다. 코스타리카는 2무1패(승점2) 혹은 3무(승점3)로 따돌리고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

스페인전을 이기고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을 이긴다면 한국은 조 3위가 된다.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총 24팀이 6개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와 3위 6팀 중 상위 4팀이 16강에 올라간다. 1승1무1패면 조 3위가 돼 다른 조 3위팀의 성적을 따져봐야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과 비기면 2무1패(승점2)인데 골득실에서 무조건 스페인이 뒤지기에 2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3위로 밀리면 와일드카드 가능성이 사라진다. 현재 모든 조가 두 경기씩 치른 가운데 A조 네덜란드, B조 태국, C조 카메룬, D조 프랑스 등 이미 승점 3을 확보한 4팀이 있다.



이에 대표팀은 코스타리카전이 끝나자마자 선수들 사기 올리기에 집중했다. 윤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윤영길 한국체육대(스포츠 심리학) 교수와 논의 끝에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라는 문구를 만들어 선수들의 방에 붙여놨다. 윤 감독은 "어차피 코스타리카전에서 이겼다고 16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전에서 승리해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모두 스페인전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몬트리올=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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