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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명 중 44명이 리스트 밖 환자 … 삼성서울·정부의 오판

중앙일보 2015.06.15 02:33 종합 4면 지면보기
삼성서울병원이 14일 결국 부분적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 4일 이 병원에서 메르스 2차 감염자가 처음 나온 지 열흘여 만이다. 수퍼 전파자인 14번 환자(35)가 지난달 27~29일 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접촉한 사람들의 최대 잠복기(14일)가 12일로 끝나면 메르스 확산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는 결과다.


삼성서울 방역 왜 구멍 났나
격리 대상자 893명 자체 분류
보호자나 면회 온 친지는 빠져
정부는 명단만 믿고 대상 안 챙겨
감염 이송요원도 리스트에 없어

병원 내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가 발생하면서 안이한 예측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요원이 이미 2일부터 증세를 보였는데 10일까지 환자를 이 병동 저 병동으로 이송하면서 3차 유행의 위험이 커지자 병원 측은 폐쇄 카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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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 카드마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의 관리 능력에 한계가 분명했는데도 보건당국이 이를 방치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의 오판의 출발점은 지난달 29일 14번 환자가 격리되면서 접촉자 명단 893명을 작성할 때다. 병원은 접촉자를 자체 분류했고 격리대상도 거기에 맞춰 통보했다. 이 리스트에는 주로 환자와 의료진이 들어 있다. 병원이 어떤 기준으로 명단을 작성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의) 위험도 분류에 따라 조치된 것으로 판단했다 ” 고 밝혔다. 관리 대상자 명단에서부터 양측이 허점을 노출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서울병원이 넘긴 리스트에는 환자의 보호자나 친지 등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도 리스트 밖 대상자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이후에 발생한 환자를 보면 이 실책이 얼마나 뼈아팠는지를 알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차 감염된 환자는 71명인데 병원이 제출한 리스트에 든 환자는 27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44명은 리스트에 없었다. 137번 환자가 대표적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 이송요원을 거의 다 격리해 조사했는데 왜 그 직원만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응급실에서 근무하다가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이 병원 보안요원(33)도 리스트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135번 확진자가 됐다.



 환자 발생 동향을 보면 오판이 더 분명해진다. 지난 10일 115번 환자(77·여)까지는 리스트에 든 감염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116번 환자(56·여)부터 145번 환자(37)까지 나흘 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2차 감염된 17명의 환자는 모두 리스트 밖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은 “삼성발(發) 2차 유행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만 늘어놨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7일 893명의 리스트를 제공할 무렵 보건당국이 병원을 장악해 모든 환자와 접촉자를 통제했어야 하는데, 삼성서울병원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화를 키운 것이다. 주민등록 전산망을 활용해 환자와 함께 응급실을 들렀던 보호자와 가족의 명단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격리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환자가 부산·창원·포항·김제 등 전국으로 번졌지만 보건당국은 이 병원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삼성서울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라서 병원 내 직원 등에 대해선 충분히 파악해 관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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