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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일 없는 창작 뮤지컬 ‘빨래’ … 슬픔은 빨아서 헹구고 … 고단한 삶 위로한 10년

중앙일보 2015.06.15 01:47 종합 23면 지면보기
뮤지컬 ‘빨래’의 공연 장면. [사진 씨에이치수박]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흐르고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힘을 내.” (뮤지컬 ‘빨래’ 넘버 ‘슬플 땐 빨래를 해’ 중) “얼룩 같은 슬픔일랑 빨아서 헹궈버리자, 먼지 같은 걱정일랑 털어서 날려버리자.”(‘내 딸 둘아’ 중)

홍광호·임창정 등 배우 123명 출연
내년엔 베이징 진출 … 영화도 추진



 우리 삶을 빨래에 빗대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창작 뮤지컬 ‘빨래’가 10주년을 맞았다. 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오픈런’으로 공연하는 뮤지컬로선 국내 공연계 첫 기록이다. 14일 ‘빨래’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추민주 연출은 “꿈을 이루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 이 작품이 10년 동안 생명력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꿈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빨래’는 서점 비정규직 ‘나영’과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솔롱고’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서민들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99학번인 추민주 연출이 2003년 졸업 공연에서 첫선을 보였고, 상업 공연으로 재정비해 2005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년 동안 대학로 소극장 일곱 곳을 옮겨가며 3000여 회 무대에 올라 50만 명 넘는 관객을 만났다. 중·고교 국어·문학 교과서에 대본 일부가 수록됐고, 2012년엔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 도쿄·오사카 등에서 일본어 버전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빨래’ 무대에 선 배우는 모두 123명이다. 추 연출과 한예종 동기인 민준호 극단 ‘간다’ 대표와 오미영 극단 ‘오징어’ 대표가 첫 ‘솔롱고’와 ‘희정엄마’ 역 배우였다. 또 뮤지컬 스타 홍광호와 임창정·곽선영·김재범 등도 ‘빨래’를 거쳐갔다. 상복도 많았다.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작사·극본상을 받은 데 이어 2010년엔 더뮤지컬어워즈 작사작곡·극본상을 수상했다.



 10주년을 맞은 ‘빨래’는 또 한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제작사 ‘씨에이치수박’의 최세연 대표는 이날 “중국에도 라이선스를 수출, 내년 5월 베이징에서 중국어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영화화 작업의 첫 단추로 올 11월 소설 『빨래』를 출간한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은 5년 후가 목표다. 추 연출이 영화도 직접 연출할 계획이다.



 ‘빨래’는 비정규직과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장애 가정 등 사회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10년 동안 대본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추 연출은 “앞으로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잃을 수 있는 불안한 노동시장 등의 문제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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