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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부·서울시가 손잡고 진료차질 막아야

중앙일보 2015.06.15 00:52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
지난 5월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던 1번 환자가 진료 의사의 끈질긴 노력 덕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삼성서울병원의 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하기 시작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난 5월 27일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삼성서울병원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폐렴 증상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를 N95 의료용 마스크와 같은 보호용구 도 없이 병원 내외를 수시로 오가도록 방치했다.



 5월 29일 늦은 시간에 14번 환자의 확진 판정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의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의 조치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과연 정밀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가 철저히 이뤄진 것인지, 1번 확진환자에 대한 느슨한 역학조사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다. 그런 걱정은 응급실 밖, 정형외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았던 77세 여자 환자(115번)가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부터 115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정밀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실화됐다. 14번 환자의 응급실 안팎의 동선을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응급실 밖 상당한 지역을 오가며 바이러스를 배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추가 접촉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13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환자 이송요원(137번·55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37번 환자는 지난 2일 발열 등 최초 증상이 나타난 이후 10일까지 정상 근무를 했고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외래, 병동 등에서 다수의 접촉자가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또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37)가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14번 환자가 있던 시기에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했으나 그 시점에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0일 발열 증상이 있어 격리조치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1번 확진환자(68), 14번 확진환자(35), 137번 확진환자 를 진료 또는 관리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신규 환자의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병원을 자부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국민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기대에 못 미쳤다.



 14일 병원장 기자회견을 통해 24일까지 신규 외래, 입원 한시 중단과 수술 중단이라는 부분폐쇄 대책을 발표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중심이 되는 3차 진원지로서의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태는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137번은 병원의 응급실 환자이송요원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와 그 보호자, 보조인력이 주변에 있었을 수 있다. 이송시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긴밀 접촉의 정도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노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더욱 철저한 접촉자 파악과 격리 조치가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사태 해결에서 중요한 일은 첫째, 파악된 접촉자들을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관리하는 데 힘을 쏟는 일이다. 일단 병원을 당분간 폐쇄한 일은 새 환자 발생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잘한 일이며, 이제 접촉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앞으로 제2, 제3의 삼성서울병원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의료기관에서 의심자 관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인들은 환자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환자 발생 초기 보건당국의 느슨한 역학 관리가 문제로 지적되는데 앞으로는 초기 단계부터 접촉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의무기록에 의존하기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CCTV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폭넓게 살펴 접촉자를 파악해야 한다. 메르스는 환자나 의심자가 만난 사람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격리하는 것이 유일한 관리법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입원 환자를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김)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주위 다른 병원들이 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다른 환자와의 접촉에 따른 추가 감염 가능성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협의를 통해 메르스 전담의료기관으로서 환자를 안전하게 전원 조치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진료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환자에 대한 진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의료진이 격리 조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 부족에 따른 혼란도 막아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나 대한간호협회와 논의해 추가 인력을 지원받거나, 군 의료인력을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삼성서울병원의 진료인력 부족을 극복하는 차선책을 마련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제라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의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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