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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논란 속에도 지드래곤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

중앙선데이 2015.06.14 03:19 431호 24면 지면보기
지드래곤(GD) 전시가 시작되면서 미술과 대중을 가깝게 한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비판도 많다. 주로 이 점이 지적된다. GD 개인이면 몰라도 소속사 YG가 미술관과 공동 기획했으니 상업성 아닌가. 게다가 GD가 2013년 영국 V&A 뮤지엄에서 성공적 전시를 한 글램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처럼 40여 년 경력의 독립적 아티스트는 아니잖은가.

물론 GD도 작사작곡과 시각적 연출에 참여해 재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디까지가 GD 개인의 창의성이고, 어디까지가 기획사의 소비자 입맛에 맞춘 기획인지 모호하다. 이 전시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냐, 상업이냐’를 묻는 이들이 많다.

손동현 작품 앞 지드래곤
그런데 사실 대중적 상업성이 덜한 ‘순수’미술도 시장원리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컬렉터와 후원기관들이 그들의 엘리트 취향에 따라 간택한 소수의 미술가만 살아남으며, 나머지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사라져간다. 그래서 미술가 출신 경제학자 한스 애빙은 예술계가 비상업성의 환상을 버리고 엘리트 그룹에 휘둘리기보다 대중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상업적인가’보다 ‘전시의 질이 좋은가’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는데, GD전시는 이 점에서 아쉽다. 애매한 수사로 한 데 묶여진 전시작들이 세 가지 부류로 따로 놀기 때문이다. GD의 미술 소장품, 미술가들이 GD와의 대화에서 영감 받아 새로 창작한 작품, GD의 활동과 공통점이 있다고 여겨지는 미술가들의 작품. 이 세 부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특히 셋째 카테고리는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GD전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참가 작가이며 독특한 사진조각의 개척자인 권오상의 말 때문이다. “이번 작업을 위해 GD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봤는데 스펙터클한 이미지의 연속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대중과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상당히 영향력 있겠다 싶었다. 미술 또한 시각적 소통이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그의 말은 GD를 띄워주려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동시대 미술가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고민의 토로다.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의 거장인 터너가 눈 폭풍에 휘말린 증기선을 그렸던 당시에는 그에 맞먹을 다른 인공이미지가 없었다. 반면 오늘날 터너의 걸작은 ‘매드맥스’의 모래폭풍 장면과 그 강렬한 인상을 겨루게 된다. 엘리트 그룹 내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미술가라면 대중문화 이미지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GD전시는 그런 미술가들이 어떻게 대중문화와 공존할지 실험해보는 장이다. 그전부터 대중문화 이미지를 한국 전통회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온 손동현 작가는 GD에게 영감을 준 힙합 뮤지션들을 문자도로 표현했다. “내가 원래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많이 겹쳐서 좋았다.” 이 경우 손동현과 GD는 서로의 세계를 지키며 윈윈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모두 그렇진 않다. 어떤 미술가는 GD 선전에 동원되는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어떤 미술가는 GD 이름 걸린 전시를 기회로 GD와 상관없는 자기 세계만 펼치는 걸로 보인다. 이 모든 게 실험의 과정이다. 어쨌든 해볼만한 실험 아닐까?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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