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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반갑지 않은 금리 인하

중앙선데이 2015.06.14 03:59 431호 31면 지면보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내렸다. 사상 최저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게 적지 않으니 금리가 낮아지면 반가워야 하는데, 이번엔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이자 부담이 줄긴 하겠지만 혜택을 받는 금액이 많지 않을 테고, 무엇보다 오래 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오히려 언제 금리가 다시 오를까 걱정이 앞선다.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3~6개월 단위로 시장상황에 맞춰 새 금리를 적용한다. 내 경우엔 이달 초에 새 금리를 적용받았으니, 9월에야 이번 금리인하의 혜택을 볼 거다. 9월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때다. 9월이 아니면 늦어도 내년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릴 경우 바로 따라가진 않겠지만 양국 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줄기차게 제기될 테고, 결국은 따라갈 것이다. 그러면 이번 금리 인하가 내 대출이자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길어야 몇 개월에서 1년 정도 될 것이다. 잠깐 금리 인하 덕의 맛만 봤다가, 이후엔 부담이 다시 늘어날 것이다. 뭐든 누리던 걸 빼앗기면 불만이 더 커지는데, 내리막이던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때의 부담은 더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금리 인하 소식이 이런 이유로 별로 반갑지 않을 뿐더러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늘’이 먼저 떠오른다. 이자 생활자의 고통, 가계대출 증가는 말할 것도 없고 보험료 인상, 은행 예금금리 인하뿐 아니라 수수료 인상 같은 것들이다.

상당수 보험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현재 3% 수준인 예정이율을 내릴 예정이다. 예정이율은 보험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고객이 지급한 보험료로 자산을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의미한다. 예정 이율을 낮춘다는 건 보험사가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다는 것이기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조만간 보험사들은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를 10% 가량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하뿐 아니라 수수료 인상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의 기획 담당자로 구성된 ‘은행경쟁력 혁신위원회’라는 걸 만들었다. 이를 통해 수수료인상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에서 수수료 수익은 10% 수준인데 30% 내외인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해 너무 낮다는 게 은행들 주장이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돈 벌기 어려워진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의 필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예전 미국 연수 때 이용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예금액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한 달에 12달러를 수수료로 떼갔다. BOA처럼 은행들이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많은 고심 끝에 금리를 내렸을 거다. 정부도 부양책을 조만간 낼 것이다. 필요한 조치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별로 반갑지도 않고 부정적인 측면들이 먼저 떠오르는 건 정책이 성과를 거둬 내 생활이 나아질 것이란 믿음이 없어서일 거다.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염태정 경제부문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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