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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톡톡] 비슷한 아픔 겪은 한·중, 국경 없는 협력 필요한 시점

중앙선데이 2015.06.14 01:24 431호 15면 지면보기
유학을 위해 한국에 온 지 벌써 8년이 됐다. 그동안 중국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귀국하라”고 연락을 받은 것은 두 차례였다. 첫 번째는 2010년 11월 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포격할 때였다.

두 번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최근이었다. 아버지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고향에서 지내라”고 했다. 한국이 현재 위험하니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평소 차분하고 침착한 아버지까지 긴장한 이유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중국은 사스로 인해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학교는 한동안 휴업했고 매일 집에서 체온을 측정했다. 집안에서는 식초를 끓여 공기를 소독했으며 감기약을 수시로 먹었다. 사람들은 수퍼마켓에서 라면과 소금 등 식료품들을 사재기하기도 했다. 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1000위안(약 18만원)짜리 식초도 등장했다. 길거리의 거의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사스가 발생했을 당시 아버지는 다른 도시에 출장 중이었다. 당시 보건당국은 사스 발생 지역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이동을 규제했다. 고속도로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해 이동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체크했다. 큰 식당에서도 체온을 재야 했고 동네의 작은 식당들은 아예 문을 닫았다. 과잉 대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신종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이해했다.

한국에선 요즘 메르스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마스크 판매량이 평소의 8배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거리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만원 버스를 탔을 때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볼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언론에서 메르스 이슈를 크게 다루고 있는 것과 일반인들의 생활 모습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유학생 친구 중 몇 명은 이미 귀국했다. 남아 있는 친구들도 마스크를 쓰고 버스와 지하철 대신 택시를 이용하는 이가 많다. 한 중국인 친구는 “한국인들이 정부의 대책만 비판하고 정작 자신은 메르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나 또한 이런 친구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최선을 다해 대비하는 것을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스의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는 중국인들로서는 특히 그렇다. 사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들 중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가 적지 않다. 치료 과정에서 다량의 호르몬제를 사용해 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결성한 사스 후유증 관련 단체도 있다. 메르스 치료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더욱 유념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의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유람선 침몰사고가 발생해 400여 명이 숨졌다. 중국이 세월호의 교훈을 제대로 마음에 새겼다면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과거 중국의 사스처럼 한국에선 메르스가 확산하고 있다. 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을 강화할 때인 것 같다.


왕웨이 연세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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