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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과도하게 낙관 … 부가세 11% 지방 이전도 영향

중앙선데이 2015.06.14 01:31 431호 18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 도중 동요 한 대목을 소개했다.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박 대통령은 “아이들 노래 중에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란 가사가 있다. 전략 없이 재정을 운영하는 것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바닷길을 가려는 것이나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을 입안할 때 재정 조달 방안을 함께 제출하는 ‘페이 고(Pay-Go) 원칙’이 지켜져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난 1주일 뒤, 기획재정부는 올해 1분기 ‘세수(稅收) 성적’을 공개했다. 재정은 건전해지기는커녕 적자 폭이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올 한해도 돛대도 삿대도 없이 재정이라는 함선을 몰아야할지 모른다. 세수 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한 걸까.
 

만성 재정적자 시대? … 稅收 성적표 들여다보니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1~3월 누계 총수입은 89조1000억원, 총지출은 10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가 16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미래 지출을 위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25조8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월별 누적 적자규모는 1월 4조7000억원, 2월 14조2000억원, 3월 2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적자재정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걷을 돈의 규모는 누가 어떤 근거로 결정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세입 예산’ 결정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세입 예산이 바로 국민에게서 걷을 세금의 규모다. 기재부는 매년 5~6월께 이듬해의 세입 예산안을 편성해 9월에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국회법 85조에 따라 11월 말까지 세입 예산안 심사를 마친 뒤 본회의에 상정한다. 올해 총 세입예산안 382조4000억원도 지난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편성됐다.

예상 경기 VS 현실 경기, 괴리 커져
문제는 5~6월 시점에 이듬해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률부터 소비자 물가 상승률, 소비 증가율, 심지어 주식시장 동향까지 전망치를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 각종 세목별 수입액을 정한다. 과거 경험치와 전문가 예상, 각종 연구소 예측 결과 등을 두루 감안한다. 6% 성장이 기대되면 법인세·소득세를 그에 맞추고, 소비자 물가가 3% 오를 전망이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에 반영한다. 급여가 평균 5% 오를 전망이면 이를 또 소득세에 반영한다. 기재부 세제실 박재권 사무관은 “세수 부족이나 과잉은 결국 ‘예상 경기’와 ‘현실 경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며 “세월호 침몰이나 메르스 확산처럼 경기를 크게 위축시키는 변수가 생기면 세수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수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실질성장률 4.1%에 물가상승률 2.0%를 더한 6.1%의 경상성장률을 전제로 올해 세입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은 0.8%(전기 대비)에 그쳤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3% 초반 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은행과 KDI등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잇따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2.5%), BNP파리바(2.7%) 일부 해외 기관들은 2%대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메르스 확산이 장기화할 경우 실제 성장률은 이 수치에도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0.8%, 2월 0.5%, 3월 0.4% 등으로 0%대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4.0%로 낮췄다. 통상 경상성장률이 1% 떨어지면 2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국세 7조~8조원 지방으로 이전
세수부족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2년 2조 8000억원, 2013년 8조 6000억 원에 이어 지난해엔 10조 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경기가 나빠 목표 세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세수 성적표’를 꼼꼼히 뜯어보면 또 하나 특기할 만한 항목이 있다. 국세청이 걷는, 다시 말해 중앙정부의 수입원 가운데 지방정부에 넘겨주는 돈이 늘어난 것도 국가 재정 수입 악화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2010년부터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했다. 지방자체단체에 교부금 개념으로 재원을 이전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돕자는 취지였다. 이 비율은 지난해 11%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국세 수입 중에 약 7조~8조원 가량이 지방으로 넘어가면서 중앙정부의 세수입이 그만큼 부족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당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임환수 국세청장을 상대로 “지방소비세 지방이체분인 5조 4700억원(1~9월까지의 액수)이 국세청 징수액에서 빠져 있다. 진도율(세수 목표에 비해 돈을 걷은 비율)이 못 나가고 있는 원인인데 징수통계를 개선할 용의는 없느냐”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걷는 돈이지만 중앙정부의 살림 밑천으로 쓰이지 못하고 지방정부의 수입으로 잡히는 돈이 늘어나면서 중앙정부 세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해보이고 살림살이도 어려워진 것이다. 이 돈을 감안하면 지난해 중앙정부 세수부족은 10조9000억원이 아니라 3조~4조원 규모가 된다.

살림 펑크로 중앙정부 빚 사상 최고
세수부족을 막고 균형재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장률 회복이 관건이다. 균형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0.5~+0.5% 사이에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을 크게 더 걷거나 많이 모자라지 않게 적정한 수준에서 걷어야 한다는 의미다.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2008년 경제위기를 겪은 이듬해인 2009년 -3.8%를 기록한 뒤 13년까지 -1.0%에서 -1.5%로 점점 커지고 있다. 명목성장률이 2010년 9.7%를 기록한 뒤 2012년부터는 3%대에 정체됐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낮고 물가상승률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세수 증대도 재정 건전화 달성도 어려워진다.

우리 재정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건전재정을 유지해왔다. 국가채무는 1997년 말 60조원 정도에 그쳤다. GDP 대비 14.5% 수준으로 낮았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기업과 금융부실을 제거하기 위해 국채, 정부 보증채 발행을 늘리고 경기부양책을 남발하면서 적자재정이 지속됐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중앙정부 채무는 52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GDP대비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역대 최고치 기록을 새로 세우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면서 국채 잔액도 사상 최고치인 516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선진국과 달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경우 국가 채무가 늘면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채무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세수 감소를 예방하려면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률을 올리는 한편 감세 및 비과세 감면 정책 등에 의해 세입기반이 구조적으로 약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세수관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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