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민영의 거시경제 읽기] 전체의 이익 vs 부분의 이익

중앙선데이 2015.06.14 01:35 431호 18면 지면보기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까, 아니면 물리학 스터디 모임에 갈까? 만일 후자의 효용이 더 크다면 물리학 스터디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나라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제정책이든 긍정적인 측면(편익)과 부정적인 측면(비용)이 있게 마련이고, 그 둘의 크기를 비교해서 편익이 크다면 그 정책은 채택될 필요조건을 충족한다.

그렇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비용이 편익보다 큰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시장개방이나 공기업 민영화, 중소기업 보호 등 강력한 이익집단이 관계되는 문제의 경우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특정 상품 혹은 서비스시장의 개방 문제를 생각해 보자. 개방이 이뤄질 경우 많은 국민이 값싸게 해당 제품을 소비할 수 있어 사회후생이 늘어난다. 반면 시장을 잠식당한 업종의 생산이 위축되고 종사자들은 직장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 이러한 시장개방의 편익과 비용을 추산해 그 결과 편익의 절대규모가 비용보다 크다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치 논리 개입 땐 편익 판단 어려워져
그러나 이는 종종 정치적 이유로 선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정책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에서 해당산업 종사자들을 포함한 이익집단이 매우 강하게 조직적으로 반발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반대하는 이익집단들은 종종 ‘국산을 사용하는 것만이 애국이다,’ ‘민영화는 나쁘다,’ ‘중소기업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등의 구시대적 도그마나 허점 많은 논리로 국민정서에 호소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집중된 이익이 (합이 더 큰) 분산된 다수의 이익을 압도하게 된다.

일러스트=강일구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보 부족으로 혼란을 겪은 국민은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메르스 발생지역과 병원 정보를 공개해야 근거 없는 루머도 사그라지고 국민의 불안이 진정될 수 있다는 데에 많은 전문가가 동의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대응은 공개불가였다. 자칫 불필요한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해당지역의 경제와 병원들의 영업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공개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괴담이 떠도는 등 패닉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공공의 이익이 급격히 확대된 결과다. 많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로 인식되면서 다수의 분산된 이익이 분명한 실체를 가지고 빠르게 커졌다.

국민 경제 관점에서 편익이 비용보다 큰 정책을 채택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피해를 받는 집단이 생겨날 수 있다. 공익을 위한다고 특정 집단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고, 따라서 보상의 원리(Compensation Principle)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잃은 산업의 종사자에게 단기적으로는 소득 보전이 필요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업과 창업 등을 위한 지원도 요구된다.

이번에 정부가 지역과 병원들을 공개하면서 피해지역에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병원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을 결정한 것은 바른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이 부분의 이익을 위한 보호에 비해 사회 후생 면에서 우월하다. 앞서 본 시장개방의 예에서 고율의 관세에 의한 시장보호는 가격체계를 왜곡해 후생손실(dead weight loss)이 생겨나지만 시장을 개방하고 피해기업에 보상하는 정책은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데다 정부에서 민간으로의 단순한 소득 이전이어서 후생손실이 없고 사회적으로 소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문제는 ‘답 없음’ 현상
민주 사회에서 이해 대립으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전체를 위한 정책이 실행되지 못하는 ‘답 없음 현상’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다수의 분산된 이익을 표출시키고 이를 모을 수 있는 유인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소수의 집중된 이익과 대화와 타협을 포함한 구체적인 다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개방과 경쟁 확대라는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그러한 세상에서 자신의 비교우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보호의 울타리 안에서 지대를 추구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울러 이번과 같은 범사회적인 이슈에서 정보의 불투명성 혹은 비대칭성이 문제될 경우 보상을 전제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가능성이 크다. SNS 등으로 어처구니없는 비이성적 불안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