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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당신의 '버킷 리스트'는?

중앙일보 2015.06.12 13:24
서명수 객원기자
평균 수명 연장으로 '100세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100세 시대는 그냥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관계·주거·교육·일자리·복지 등 개인의 삶과 모든 사회 시스템이 송두리째 바뀌어야만 100세 시대를 온전하게 맞이할 수 있다.



과거엔 60세가 되면 환갑이라고 해 동네가 떠나가도록 노래를 부르며 잔치를 벌였다. 60세이후를 여생이라고 불렀다. 세상 살만큼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덤이란 것이다. 그런데 환갑이후 남은 생이 30~40년이나 되는 때가 오고 있다. 생의 3분의 1이상이나 되는 시간을 덤으로 얻는 자투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죽음을 기다리며 편히 보내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기억하는지. 2007년 상영됐던 이 영화는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가 1년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고 입원한 병원에서 46년전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과 교수가 과제로 내줬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전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이란 뜻으로 중세 시대 때 죄수를 뒤집어 놓은 양동이 위에 올려놓고 올가미를 씌운 뒤 그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교수형을 집행한데서 유래했다.



카터는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과 너무나 다른 서로에게서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하고 남은 여생동안 싶은 일을 다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하고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러곤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등등.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많은 것을 나누게 된다. 인생의 기쁨, 삶의 의미, 웃음, 통찰, 감동, 우정까지…. 영화는 인생의 절박한 순간에 맛본 경험일수록 의미가 있고 가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40~70대 인생의 2차 성장기



그러나 버킷 리스트는 꼭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은퇴와 동시에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 하나 행동에 옮긴다면 카터나 에드워드보다 더 오랫동안 행복하게 생애의 마지막 구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앞드고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의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30년 넘는 포스트 은퇴인생을 보람있게 즐기기 위한 버킷 리스트가 필요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그의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40대부터 70대 중 후반의 시기를 '서드 에이지(Third Age)'로 구분하고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2차성장을 꼽았다.



사람은 일생에 두번의 성장을 하게 되는데, 한번은 20대 초반까지 학습을 통해 경험하는 1차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서드 에이지 때 자기실현을 통해 경험하는 2차성장이다. 문제는 1차성장이 누구나 겪는 보편적 성장이라면, 2차성장은 사람마다 전혀 다른 형태로 진행되며 준비된 사람만이 경험하는 성장이라는 것이다. 윌리엄 새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2차 성장은 우리에게 대안을 제시해 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잠재된 재능을 계발하며, 그릇된 점을 바로 잡고, 자신의 흥미와 가치를 따르고, 독창성을 향상시키고, 타인에게 뭔가를 기여하게 한다. 서드에이지의 삶에서는 일과 여가의 구분이 그 전만큼 명확하지 않고,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또 성공적인 서드에이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남이 보기 좋은 직업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안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서드 에이지는 외적으로 훌륭한 성공을 이루기보다는 내적으로 더욱 깊어지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시기다."





설레는 포스트 은퇴인생



2차 성장을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은퇴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인생의 후반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성장과정을 자신의 인생에 끼워넣는 것이다. 성장은 새로운 선택권을 부여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와 죽음만을 기다리는 의미없는 여생이 아니라 새롭게 펼쳐지는 인생후반기를 자기 의지대로 설계하고 진화해가는 제2 도약기로 만드는 것이다.



얼마전 한 국내 대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혼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계일주 떠나기, 다른 나라 언어 하나 이상 마스터하기, 열정적인 사랑과 행복한 결혼, 국가가 인증하는 자격증 따기, 국내여행 완전정복,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의 후원자 되기, 우리 가족을 위해 내 손으로 집 짓기, 나 혼자만 떠나는 한 달간 자유여행, 생활 속 봉사활동과 재능나눔, 1년에 책 100권 읽기 등으로 나타났다.

당신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인가. 당장 은퇴 후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작성해 보자. 은퇴란 말이 불안과 외로움이 아닌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버킷 리스트는 은퇴 후 재정형편에 맞는 현실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인생에서 버킷 리스트는 멋진 방향타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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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서명수 더,오래 팀 필진

'더, 오래'에서 인생 2막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반퇴세대입니다. 데스킹과 에디팅을 하면서 지면을 통해 재무상담을 하는 '재산리모델링' 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행복하고 알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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