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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하루 2만명 오던 중국인들 400명으로 줄어”

중앙일보 2015.06.12 02:22 종합 4면 지면보기
11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의 롯데마트. 지하 1층 신선식품 매장엔 손님이 50여 명뿐이었다. 아이를 학교 보내고 장 보러 나온 주부들로 붐비던 몇 주 전과 딴판이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이달 열흘간 전국 매출이 11% 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로 사람들이 외출과 대인 접촉을 꺼리면서 나타난 타격이다. 고급 백화점도 비슷하다. A백화점에 골프 의류를 납품하는 업체 임원은 “지난해 세월호 사태보다 훨씬 안 좋다. 메르스 사태로 매출이 37%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메르스, 살아나던 내수 강타
서울 중부시장 “35년 만의 최악”
의류업체 “세월호 때보다 안 좋아”
롯데마트 “전국 매출 11% 줄어”
전경련 “내수 위해 행사 취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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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현상은 ‘의식주’ 모든 영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이창엽(29)씨는 “평소 현대차 직원 등이 많아 줄 서서 기다리던 곳인데 30% 이상 자리가 비었다”고 말했다. 생일잔치를 취소하면서 제과점 케이크 매출도 피해를 보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장승훈 부장은 “케이크 판매는 감소한 대신 집에 두고 먹는 식빵을 사서 가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한숨은 서민들의 골목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을지로 중부시장의 인삼판매점 최모(61) 사장은 “망했다는 소리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장사한 지 35년 만의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큰손인데 먹고사는 게 힘들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메르스 공습은 항공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국내 한 국적항공사의 경우 최근 열흘 새 중국 승객 1만8000여 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동남아에서도 1만1000여 명, 일본에선 7600여 명이 취소하는 등 한국행을 기피하는 ‘전염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중국인 방문자가 평소 하루 2만 명에서 지금은 400명으로 줄었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내수 풍향계인 자동차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영업본부장)은 “고객들이 대리점에 방문하질 않으니 차를 팔래야 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 역시 “카페·꽃집 등에 개설한 테마 지점의 경우 방문객이 10~20% 줄었다”며 “엔저로 고통이 심한데 메르스 파장까지 덮쳤다”고 말했다.



 곳곳의 비명은 예사롭지 않다. 메르스가 조기 종식되지 않고 석 달 이상 지속되면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최대 20조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처음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6월까지 메르스가 종적을 감추면 피해액은 4조원가량에 그칠 걸로 보인다. 하지만 8월 말까지 이어지면 20조원으로 불어나고, 연평균 GDP도 1.3% 끌어내릴 걸로 우려된다. 이 경우 격리자가 2만여 명에 달하면서 소득 손실이 커지고, 서비스·음식·오락 업종 매출이 60% 넘게 줄어든다는 시나리오다.



 문화계 전염도 이미 시작됐다.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12~13일 예정된 ‘프렌치 뮤지컬 갈라 콘서트 2015’는 전면 취소됐다. 박정자·손숙 등 여성 거장들이 출연할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아트홀의 ‘제1회 모노드라마 페스티벌’(12~21일)도 9월로 연기됐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빈틈없는 방역과 함께 ‘심리적 공포’와의 싸움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라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6월 8일자 B1면>



 마침 11일엔 경제 5단체가 내수 침몰을 막기 위한 ‘경제 심리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경영자총협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일상적 회의와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지방 상의 회원사들의 활동을 독려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예정된 회의를 계속한다. 중기중앙회는 전통시장 지원 같은 ‘내수 살리기 추진단’ 사업을 지속한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최근 국내 경기에 도움을 줬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이 빠지는 상황에서 국내 내수 소비라도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정연승(경영학) 교수는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아·이현택 기자, 황종원 인턴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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