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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호랑이’ 저우융캉 종신형·재산몰수 판결

중앙일보 2015.06.12 01:58 종합 14면 지면보기
11일 중국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에 선 저우융캉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장. CCTV 등은 이날 저우에게 수뢰와 직권남용 및 국가기밀 고의누설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항소를 포기해 형량이 확정됐다. [CCTV 캡처, AP=뉴시스]


체포되기 전 모습. [CCTV 캡처, AP=뉴시스]
부패혐의가 드러나 기소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장에 무기징역 판결이 내려졌다. CCTV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11일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 재판부가 이같이 판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로써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이 처음으로 깨졌다. 저우 전 상무위원은 항소를 포기해 형량이 확정됐다. 징역형과 함께 정치권리 종신박탈과 개인재산 몰수 판결도 내려졌다.

가족·측근 수뢰 230억원 적용
“죄 인정하고 후회” 항소 포기
전처 살해·정변도모는 무혐의



 저우에게 적용된 죄목은 수뢰와 직권남용·국가기밀 고의누설 등이다. 항목별로는 수뢰죄로 무기징역, 직권남용 7년형, 국가기밀 고의누설 4년형이 각각 적용됐다. 저우에 대한 재판은 지난달 22일 시작됐으나 그의 범죄 증거가 국가기밀과 관련이 있어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신화통신은 설명했다. 2013년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의 경우 기밀누설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모든 과정이 공개된 것과 대조된다.



 저우에게 적용된 수뢰액은 모두 1억2977만 위안(약 23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저우가 직접 받은 수뢰액수는 73만여 위안(약 1억3000만원)이고 대부분의 금액은 그의 아들인 저우빈(周濱)과 며느리 자샤오예(賈曉曄)가 국영 석유기업 관계자나 공직자로부터 받은 뇌물이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의 아들 부부가 뇌물을 받은 사실을 저우 전 상무위원에게 알렸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저우가 받은 뇌물로 인정됐다. 저우는 재판과정에서 “가족이 받은 뇌물은 사실상 나의 권력을 보고 준 것이므로 모두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아들 부부도 체포 상태며 이번 재판에선 녹화 증언을 했다.



 직권남용은 장제민(蔣潔民) 전 국유재산관리위원장(장관급)과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성 부서기등 측근 공직자들로 하여금 저우의 아들과 동생의 사업을 부당한 방법으로 돕게 한 사실에 적용됐다. 국기기밀 고의누설 혐의는 다소 예상밖의 혐의에 적용됐다. 고위층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차오융정(曺永正)에게 수사기록을 포함해 극비나 기밀로 분류된 문건 6건을 누설했다는 것이다.



 반면 소문이 무성하던 다른 의혹들은 이번 재판의 공소 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 전 충칭시 서기 등과 결탁해 정변을 도모했다거나,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를 가장해 전처를 숨지게 했다는 의혹 등이다.



 저우융캉은 최후 진술에서 “공소사실을 받아들이고 죄를 인정하며 후회하고 있다”며 “위법행위로 당의 사업에 손실을 입히고 사회에 엄중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저우 피고인의 최후 진술 장면은 국영 CCTV 뉴스 시간에 공개됐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혐의가 매우 중하지만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작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저우 전 상무위원은 2012년 11월 제18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하며 집권한 시진핑(習近平)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낙마한 최고위 공직자다. “호랑이든 파리든 부패 공직자는 모두 때려잡겠다”고 공언한 시 주석이 잡은 가장 큰 호랑이(大虎)다. 그는 유전과 정유공장 등 국영 석유기업의 경영자로 출세가도에 들어섰으며 쓰촨성 서기와 공안부장, 정법위원장 등을 거치며 후진타오(胡錦濤) 체제에서 상무위원으로 발탁됐다. ‘석유방’의 좌장으로 불리는 그가 석유기업 및 쓰촨성 등에 포진시켜둔 측근들과 부패 사슬로 얽혀 막대한 부를 챙겨온 사실이 이번 재판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저우의 처벌로 반부패 캠페인을 주도한 시 주석의 1인 권력은 더욱 강고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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