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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월세, 가정 불화 … 발로 뛰며 이웃 아픔 600건 해결

중앙일보 2015.06.12 01:36 종합 21면 지면보기
주민 복지 향상에 앞장서는 희망복지지원단원들.


2012년 이혼한 김모(40·여·울산시 중앙동)씨는 5명의 자녀를 두고 심장질환까지 앓고 있다. 하지만 벌이가 시원찮아 전기가 끊기고 5개월치 월세 100만원이 밀리는 등 생활이 어려웠다. 권민경(32) 울산 중구 희망복지지원단 담당은 “지난 1월 방문했을 때 집안은 쓰레기가 쌓여 엉망이었고 김씨는 우울증과 무기력함이 심각했다”고 기억했다.

울산 중구 희망복지지원단
주거·의료 등 소외층 고충 상담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밀착 지원



 상담을 한 권씨는 김씨에게 월세를 지원하고 전세로 이사하도록 도왔다. 대한적십자사와 중구 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재단, 사회복지협의회 등 기관과 단체의 도움을 받게 한 것이다. 1년간 등교를 거부하던 셋째 아이는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다시 학교에 다닌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생계비를 받게 됐다. 김씨는 “이혼한 뒤 하던 일이 잘 안 돼 살 의욕이 없었는데 희망복지단의 도움으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발족한 중구 희망복지지원단이 ‘맞춤 복지’로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복지단은 공무원 4명과 통합사례 관리사 4명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주민의 주거·의료·학습·경제 문제 등을 해결해준다. 연간 1500만원(국·시·구 예산)의 자체 사업비도 있어 단전·단수·가스비·진료비 등을 긴급 지원한다. 가구당 30만~50만원 정도의 적은 돈이지만 어려움에 처한 주민에겐 큰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돈이 많이 들어 복지단이 해결하기 어려우면 500여 개 민간단체·기관이 나선다. 이들 단체·기관과 주민을 연결해줘 복지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민간 지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600여 가구가 1억여원을 지원받았다. 복지단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의 사연은 다양하다. 이모(37·여·울산시 반구동)씨는 당뇨와 간질환을 앓는 남편 대신 붕어빵을 팔아 가족 생계를 책임진다. 한 달 수입이 20만~30만원에 지나지 않아 2년간 월세 600만원이 밀렸다. 그나마 기초수급대상자로 선정돼 중·고교에 다니는 세 아이의 학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연락을 하지 않고 살던 이씨의 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탄 보험금 때문에 ‘부양 의무자의 재산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이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한적십자사 등이 나서 월세와 남편의 병원비 등을 해결하고 쌀·김치 등을 지원했다. 현재 식당 일을 하는 이씨는 “이제 살아갈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보증을 잘못 섰다가 전 재산을 잃고 이혼해 혼자 살던 최모(57)씨는 이가 제대로 없어 틀니가 필요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았다. 복지단은 울산시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300만원 상당의 틀니를 최씨에게 해줬다.



 이처럼 민간단체·기관들이 기꺼이 기부금을 내거나 자원봉사를 한다. 회원들은 집수리와 음식 제공 등 재능기부도 한다. 김민경(47) 복지단 팀장은 “ 누군가 내민 따뜻한 손길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가닥 희망이 된다”며 “도움을 주는 민간단체와 기관이 없었다면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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