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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메르스 방역 실패는 병원 책임 아니다

중앙일보 2015.06.12 00:43 종합 29면 지면보기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6월 첫 주를 고비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보건 당국의 전망은 빗나갔다. 정부와 국민의 바람과는 달리 며칠 사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감염 환자 발생이 경기도 남부 지역과 서울 일부 지역 중심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격리자 수도 11일 현재 3805명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가족과 이웃까지 수많은 사람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이분들을 위한 관리와 상담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다른 한편으론 첫 감염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의 감염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기 감염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메르스란 병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이 병은 3 년 전 처음 발견돼 보고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기는 호흡기 감염을 말한다. 이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발견되고 있으나 낙타에게서는 항체만 검출되고 있다. 콧물·재채기·기침 등으로 뿜어져 나온 비말(飛沫)을 통해 긴밀한 접촉에 의해 사람 간에 감염된다.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는 전파되지 않는다. 고열·기침·호흡곤란·근육통·설사·구토·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며 감염 후 증상 발현 때까지 평균 5.5일(2~14.7일) 걸린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나 심한 폐렴으로 호흡곤란·신부전증·패혈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메르스를 조기에 이겨내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메르스 대응에서의 문제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대책도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 초기 대응 과정에서 1차 감염자와 그로 인한 감염자인 14번, 16번의 격리 실패로 인해 3차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감염자와 의심 환자의 격리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간 확진 환자뿐만 아니라 의심 환자들의 정보를 공유해야 또 다른 의료기관 내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이번의 여러 병원에서처럼 환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안 돼 적절한 격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방비 상태로 또 다른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심 환자와 격리 대상을 정하는 밀접 접촉의 기준을 환자와 2m 이내라고 한정한 것도 문제다. 이로 인해 다수의 확진자를 초기에 밀접 접촉으로 분류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 결과적으로 이들에 대한 확진 검사와 격리 등의 조치가 지연돼 집단 감염 사례가 꼬리를 문 것이다. 감염 확진자가 많이 늘고 다른 병실과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에게서도 확진자가 생겨나면서 공기 전파냐 아니냐는 논란도 생겼다.



 따라서 현행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라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환자와 2m 이내에 머문 경우뿐 아니라 같은 병실, 같은 공간에 머문 경우에도 적극적인 격리 조치와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자가격리 대상자의 실태를 밀착 관리해 자가격리자가 개인적인 임의 행동과 가족 간의 감염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자가격리 대상자와 가족 등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일부 의료기관에서의 메르스 감염병 관리 실패는 이미 이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를 민간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의료기관에서의 통상적인 감염병 예방 관리는 의료기관의 자체 노력으로 커다란 문제없이 수행해 왔으나 신종 감염병과 같은 재난 의료에 대비한 감염병 예방 관리는 민간 의료기관 차원에서 주도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음압시설 격리 1인용 병상과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민간 병원이 할 수 없는 공공 보건의료의 영역이다. 따라서 보건소는 본연의 설립 목적인 지역 공공 보건을 담당하고, 국가 감염성 질환 전문병원 같은 공공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메르스 전파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의료계, 국민 모두 합심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신종 감염성 질병에 대한 위기관리 소통의 기본 원칙에 따라 국민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전 예방 대책을 소상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금번 메르스 초동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국민이 해외로 나가고, 또 많은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이미 질병 전파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 문제를 풀고 관리하려면 감염성 질환의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전염병 관리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 국민의 대응의식을 높이지 않는 한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지 또 생길 수 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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