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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메르스 기자회견 왜 안 하나

중앙일보 2015.06.12 00:36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제대책을 비롯한 국정에는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심리전에서 패하고 있다. 국민 앞에 자주 등장하는 설명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런데 그는 복지·연금 학자 출신이지 전염병·방역 전문가가 아니다. 뒤늦게 사령탑을 맡은 최경환 총리대행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이나 감염병센터장 같은 전문가의 목소리는 작게 들린다.



 메르스 사태 같은 위기에서 심리전의 최고사령관은 대통령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기부터 국민 앞에 나서야 했다. 메르스 전쟁을 수행할 정부의 전사를 소개하고, 실무 사령관(control tower)을 정해주고, 최고 민간전문가를 배석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메르스의 실체를 설명하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왜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가. 지난해에도 그는 겨우 한 차례 했다. 세월호 사태 때도 담화만 있었지 회견은 없었다. 올해 들어서도 연두회견이 전부다. 내각제에서는 총리가 수시로 국회에 나가 설명한다.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실을 옆방처럼 드나든다. 에볼라 사태 때 그는 훌륭한 ‘대통령 연기(演技)’로 국민을 안심시켰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완벽한 전문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사태를 파악하고 정부와 민간인의 전문성을 동원해 전쟁을 치러낼 능력을 보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도 완벽한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전문적인 사안은 장관들이 답변하도록 했다. 정부는 긴장시키고 국민은 안심시킨 것이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와 메르스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격리시설이 있는 병원도 가고 정부대책본부도 방문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살아 움직이는 소통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게 간접화법으로 들린다. 생생한 소통력이 부족하니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쉽게 줄지 않는다. 메르스에서는 ‘밀접’이 금물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밀접이 중요한 기술이다. 전문적이지 않아도 진솔하고 자신감 있는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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