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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친다, 특별하다 … 딱 내 스타일이야

중앙일보 2015.06.12 00:01 Week& 6면 지면보기
“엑센트릭(eccentric).” 패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42)는 이 단어를 반복해 강조하며 자신의 새 의상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의 창조부문 총괄(Creative Director·이하 CD)인 미켈레는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2016 크루즈 컬렉션’을 발표했다. 전세계 언론인 300여 명을 초대해 연 패션쇼는 뉴욕 맨해튼 남서부 첼시(Chelsea) 지역의 한 창고 건물에서 열렸다. ‘엑센트릭’의 사전적 의미는 센터(center), 즉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주변부라는 의미지만 패션계에선 ‘특별한 개성이 있는’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미켈레가 내놓은 ‘특별한’ 의상 발표회 현장에 week&이 함께했다.


뉴욕서 열린 구찌 ‘크루즈 패션쇼’



2016 구찌 크루즈 컬렉션?의 여성복.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 낭만적인 의상을 입어 색달라 보인다.
지난 4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첼시 지역 22번가(街)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10·11번 대로 사이 200m 남짓인 거리 양쪽을 뉴욕 경찰들이 막아섰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의 ‘2016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위해서였다. 쇼 참석을 위해 전세계에서 초대된 언론인과 바이어들만이 거리 중간쯤에 있는 창고 건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창고 건물엔 지그재그 형태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중동산 카펫 수십 장을 얼기설기 깔아 놓은 바닥엔 연한 크림색 천에 붉은 꽃 장식을 새긴 쿠션 의자가 줄지어 있었다. 패션쇼 참석자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창고 남쪽 입구의 대형 철문 셔터가 굉음을 내며 위로 올라갔다.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건너편 또 다른 창고의 작은 입구에서 패션 모델이 나타났다. 통제된 거리를 가로질러 패션쇼 장으로 들어선 모델은 진남색·황토색·빨간색 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 복고풍이 느껴지는 드레스에서 미켈레가 말한 ‘특별함’이 느껴졌다.





새로운 구찌, 미켈레의 구찌



구찌의 CD인 디자이너 미켈레는 세계 패션계에선 아직 조금 낯선 인물이다. 올 1월 말,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미켈레는 전임 CD인 프리다 잔니니를 도와 액세서리 분야를 책임져 왔다. 잔니니는 10년(2004~2014) 동안 구찌를 이끌었다. 1인자 그늘에 가려져 있던 ‘무명 디자이너’ CD의 발탁 소식이 전해진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구찌가 스타 디자이너의 힘을 활용하는 명품 업계의 일반적인 전략과는 정반대로, 브랜드 자체의 파워에 기대게 생겼다”는 보도였다.



하지만 현재 패션계의 반응은 NYT의 전망과 다르다. 미켈레에 대한 칭찬과 기대 일색이다. 우선 그가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선보인 ‘2015~2016 가을·겨울 컬렉션’이 그랬다. 수지 멘키스(보그 인터내셔날), 니콜 펠프스(스타일닷컴), 에릭 윌슨(인스타일 미국판), 마일스 소차(WWD) 등 유력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미켈레의 구찌가 새롭다며 반겼다. 새롭다는 것보다 더한 칭찬이 없는 곳이 패션 세계인 만큼 미켈레의 구찌는 기대 속에 순항 중인 셈이다. 이제는 미켈레라는 이름 자체가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켈레가 선보인 ‘2016 크루즈 컬렉션’은 또 다른 기대감을 반영한 패션쇼였다. 지난 2월 밀라노 컬렉션은 CD로 임명된 지 3주 만에 열렸다. 언론과 바이어의 호평을 받긴 했어도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 지나 열린 ‘구찌 2016 크루즈 컬렉션’은 그래서 그의 실력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는 개성을 표현할 때



현란한 색상으로 빛나는 의상들은 실크·시폰·루렉스(금박·은박을 입힌 천)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됐다. 특이한 건 모델들의 외양이다. 마치 생애 첫 패션쇼 무대에 선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모델들이 대다수였다. 뻣뻣한 걸음을 걷다 넘어지기 일보 직전의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한 모델들은 신인 디자이너 미켈레의 또 다른 긴장감을 대변하는 듯 했다. 미켈레는 패션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의 새 컬렉션에 대해 설명했다. “길거리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패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의 개성대로 산다. 어딜 가든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자유도 있다. 꼭 데이트가 아니어도, 꾸미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내 뜻대로 입는 개성, 즉 ‘엑센트리시즘’(eccentricism)이 내가 추구하는 바다.”



옷을 입는 각자의 개성을 표출했다는 그의 컬렉션에 대해 패션잡지 더블유(W) 한국판의 이혜주 편집장도 동의했다. 그는 “훌륭한 디자이너는 옷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옷을 어떤 사람이 입을지를 잘 안다. 미켈레에게는 자신이 상정한 뚜렷한 여성상이 있다”고 풀이했다.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컨설턴트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도 패션쇼를 보고 난 다음 “미켈레는 사랑스러운 영국 여성을 그리며 옷을 만든 듯하다”며 “최근 패션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미켈레는 “누구나 특별해지고 싶어한다. 어디서도 자신과 같은 차림의 여성을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자신만의 개성 표출이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거듭 강조했다.





구찌와 뉴욕








‘2016 구찌 크루즈 컬렉션’에 선보인 남성복은
하늘거리는 주름과 리본 장식 등을 써 여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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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지금까지 크루즈 컬렉션 분야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브랜드다. 봄·여름, 가을·겨울 1년에 두 차례 의상을 선보이는 일반적인 관행에 더해 샤넬 등 일부 대형 브랜드에선 ‘환절기 패션쇼’ 혹은 ‘휴양지용 패션쇼’라 불리는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구찌는 크루즈 컬렉션을 개최하지 않다가 새로운 CD 임명과 함께 자사의 첫 번째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미국 뉴욕에서 열었다. 미켈레는 “뉴욕은 현대 패션의 르네상스와 같은 곳이다. 여기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개성을 발산하는 이들을 경배하는 의미에서 뉴욕을 크루즈 컬렉션 장소로 택했다”고 밝혔다.



구찌의 고향은 문예부흥, 즉 ‘르네상스’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피렌체다. 브랜드 창립자인 구치오 구치가 1921년 피렌체에서 시작한 가죽 가방 제조판매점이 모태다. 미켈레는 브랜드의 새로운 부흥을 세계 패션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다시 찾으려는 듯했다. 구찌의 마케팅 부문 부사장(CMO)인 로버트 트리퍼스는 “뉴욕은 구찌라는 브랜드가 새롭게 태어난 장소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국제 브랜드 구찌로 다시 태어난 곳이란 의미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트리퍼스의 설명처럼 구찌는 뉴욕에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구치오의 아들인 알도와 로돌포가 50년대에 미국 뉴욕에 지점을 연 것이다. 이때부터 구찌는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들에게 사랑 받으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브랜드의 상징이 된 알파벳 ‘G’를 활용한 로고, 초록·빨강·초록(GRG)의 브랜드 상징색도 뉴욕 진출 덕분에 더 많이 알려졌다. 미켈레는 이번 패션쇼에서 GRG를 활용한 의상도 선보였다. GRG로 소매 깃, 허리띠, 목선 등을 장식한 재킷과 드레스였다. 미켈레는 “팝아트의 소재로 일상적인 것을 응용하듯 GRG도 내 의상에서 더 재미있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뉴욕=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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