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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를 이기자] IT는 선진국, 활용은 후진국

중앙일보 2015.06.09 02:05 종합 5면 지면보기
메르스 싸움의 승패는 격리 대상자 관리에서 갈린다. 환자는 발열·기침 등의 메르스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게 마련이다. 동네 의원이든 대형 병원이든 여기서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환자가 격리 대상자인지,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는 29개 병원을 거쳤는지 등을 의료진이 알아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정보기술(IT)이 이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0.4초면 접촉자 확인되는 심평원 시스템 안 쓰고…6번이나 클릭해야 하는 건보 홈피 고집한 당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확진 환자 접촉자 확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곧바로 없던 일이 됐다. 하루 이틀 부분적으로 사용하다 사라졌다. 대신 복지부는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이름과 진료일자, 격리 대상자를 건강보험공단에서 조회하는 방식으로 바꿔 시행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복지부가 시행착오를 겪는 사이에 하루가 다르게 메르스 환자와 접촉자가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이미 구축돼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서비스(DUR)를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DUR은 의사의 중복 처방이나 금기약 처방을 가려내는 시스템이다. 의료기관에서 금기약을 처방하는 순간 의사의 컴퓨터 모니터에 이 사실이 뜬다. 0.4초 걸린다. 이 서비스에 병원과 격리 대상자 명단을 넣으면 의료진이 진료 중인 환자와 관련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섯 차례 ‘클릭’을 해 가며 건보공단 자료를 조회하지 않아도 바로 해결된다.



 전문가들은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 전산망을 활용하면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 가족과 동거인을 가려낼 수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확진자나 격리 대상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예방의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추적, 주민등록 전산망 활용 등 한국의 우수한 IT를 총동원해야 한다. 관련 부처 협의나 부작용 검토 등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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