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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건강상태 정상이면 독감·폐렴 수준 … 격리 해제자들 “괜히 겁먹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5.06.07 09:44










지난 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평소 같았으면 꽉 찼을 주차장은 군데군데 빈 곳이 많았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니 외래 환자가 뜸했고 입원 환자들은 병실에만 머물렀다. 병원 직원과 환자 모두 눈만 내놓은 채 커다란 마스크로 입을 막고 다녔다. 웃는 사람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없었다. 긴장감과 경계심만이 공간을 지배했다.



치사율 40%는 의료 수준 낮은 중동 사례

병원 입구를 나서던 김모(35)씨가 친구 박모(35)씨에게 휴대전화를 보여 주며 물었다. 그의 동공이 놀란 토끼 눈처럼 급격하게 팽창됐다. 두 친구는 휴대전화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휴대전화 화면은 ‘서울 D병원에서 메르스 2명 감염, 600명 노출’이란 기사를 보여 주고 있었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제 감염 위험자 수가 아니라 병원을 다녀간 일반 환자가 600명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이날 이곳에 친구 병문안 온 것을 후회했다. 김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곳에 감염 환자가 1~2명 거쳐 갔다는 소식은 들었다”며 “아픈 친구를 잠깐 보는 것쯤은 괜찮겠지 했는데 오지 말 걸 그랬다”고 말했다. 박씨는 “의료진에 ‘이 병원이 그 병원 맞죠? 괜찮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얼버무리더라”며 “막상 뉴스까지 보고 나니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 이후 17일 만인 6일 현재 50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의 외출마저 뜸해졌다. 전국 1100곳이 넘는 초·중·고·유치원이 휴업했고 소비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메르스는 가볍게 볼 감염병은 아니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두려움에 떨 필요도 없다. 백신과 치료약이 없어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우리보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중동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은 감기나 폐렴과 동일한 치료로 완치도 가능하다”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메르스 현상을 과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외출 금지만 불편, 건강상 문제 없었다”

신종 감염병이란 막연한 공포는 과민반응을 부르기 쉽다. 얼마나 위협적인지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공포 속에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 생활을 한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보건 당국 관계자는 “하루 두 번 전화로 자가격리자를 관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며 “전화를 받지 않거나 협조를 잘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격리수칙을 어기고 골프장에 출입하거나 격리지역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간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발열과 이상징후를 충실히 보고하고 건강하게 격리기간 2주를 채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6일까지 386명의 밀접 접촉자가 메르스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아 격리 해제 조치됐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격리 중이거나 격리를 끝낸 분들이 대부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했다”며 “격리가 해제된 분들은 ‘외출하지 못한 것 외에는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어 괜한 공포감을 가졌던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 과학에 근거한 믿음과 행동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군수도병원 최강원 감염내과과장은 “유치원과 학교가 휴업하고 엄마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최 과장은 “메르스는 중동지역이나 우리나라 전파 양상을 봐도 어린이 감염사례는 없고 사망자도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며 “젊은 사람에게는 감기처럼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국내에 유입됐을 때 첫 환자를 치료해 완치시킨 의사다. 최 과장은 “신종플루 초창기에 사망률이 4~5%라는 말이 나왔는데 나중에 일반 독감 수준의 치사율(0.1~0.2%)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공포감이 수그러들었다”고 말했다. 메르스도 알려진 것보다 덜 위협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감염학회는 국내 메르스 환자의 치사율을 10% 정도로 예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고령자는 치사율이 40%를 넘을 수도 있지만 건강한 사람은 10%, 의료진은 4% 이내로 예상돼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2차 감염자 치사율은 메르스 바이러스 매개체인 낙타 등과 직접 접촉한 1차 감염자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사율은 계속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장차관 질병 업무 경험 없어

국제화 시대에 신종 감염병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또 다른 감염병이 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정부의 대응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과잉공포 조장의 1차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첫 환자(68)가 내원한 병원에서는 질병관리본부에 의심 증상을 보고했지만 3~4차례 묵살돼 확진까지 하루 반이 늦어졌다. 메르스 조기 차단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병원 이름 공개도 문제가 많았다. 시민은 물론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전문가들까지 나서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6일에야 “감염이 많은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병의 습격’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전문가에게 컨트롤타워를 맡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장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이고, 장옥주 차관도 정통 관료 출신으로 질병 업무를 모른다. 메르스 민관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도 전문가의 역할은 조언이나 자문이 고작이다.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에 공중보건의만 20명이고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인원은 거의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어떻게 이런 상태로 운영하느냐며 놀라더라”고 전했다. 그는 “보건 위기 발생 시 관료·민간 전문가 공동 대책기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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