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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동안 4대 개혁에 집중해야

중앙선데이 2015.06.07 01:27 430호 12면 지면보기
서강대 조윤제(63·경제학) 교수가 최근 펴낸 경제칼럼집 『제자리로 돌아가라』(작은 사진)는 다양한 주제와 분석의 각도가 돋보인다. 조 교수의 제언이 포괄적인 이유는 그가 여러 유형의 일자리를 거쳤기 때문이다. 서울대 무역학과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주영국대사로 일했다. 조 교수를 지난 4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경제 칼럼집 펴낸 ‘노무현 정부 경제보좌관’ 조윤제 교수

-한국 경제의 최대 당면 과제는.
“구조 변화다. 산업·고용·인구구조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변했다. 제조업과 대기업의 고용이 크게 줄어 인력이 영세자영업,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으로 밀려나거나 불완전 고용상태로 머물게 되면서 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사회 갈등이 심화됐다. 노동 부문의 경직성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비정규직 양산, 임금의 이중구조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연금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노인 빈곤율이 매우 높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정부는 주로 단기적 대책, 대증적 요법으로 대응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7년간 중앙일보에 써오던 경제 칼럼을 마무리하고 당분간 한국 경제 발전에 대한 이론화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최정동 기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시일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없다. 결국 구조적 변화가 초래한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적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노동 개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양극화를 줄이고, 임금체계의 개편으로 실질적으로 정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며, 지금과 같은 높은 대학 진학률보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은 가운데 빠른 탈제조업화는 경계해야 한다. 공공 부문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인사평가 시스템, 보상체계, 생산성의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혁신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단기적 경기부양책이나 반값 등록금 등 인기 정책에 몰두하고 있어 이대로는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결국 정치체제, 국가 지배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대표적인 일반인의 오해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좌파 정책들로 규정하는 분이 많은데 적어도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그러한 인식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 노무현 정부는 시장의 자율을 존중하고 개방·경쟁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금융기관의 자율성,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했으며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종합부동산세, 복지 지출 확대가 진보 정책이라 할 수 있으나 우리 경제·사회의 변화로 보아 불가피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이후 보수 정부에서 금융 및 시장에 대한 개입이 심해진 것 같다.”

-책 제목이 『제자리로 돌아가라』이다. 무슨 뜻인가.
“어느 사회든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고 간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적어도 각 분야 엘리트가 선진국 지도층의 수준이 돼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 도덕성, 절제력, 지식 수준을 포함해서 그렇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엘리트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 본인들 책임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우리 사회의 제도·토양이 그렇게 만들어 낸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엘리트는 엘리트다워야 한다.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전기를 마련하고 변화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낮다. 한국 사회의 엘리트가 변해야 희망이 있다.”

-통일이 한국 경제에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려면.
“통일은 단순히 경제적 계산을 넘어 우리 민족이 이뤄 내야 하는 역사적 과제다.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나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우리 사회의 단기주의의 한 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준비는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한국의 제도·문물과 어떻게 조화와 화합을 이뤄 나갈 것인가 하는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의 비합리적 지도부를 상대로 합리적 반응을 기대하고 상호주의를 주장할 수만은 없다.
지금과 같은 냉전식 교착은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물적·인적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고 경제적 지원을 늘려 시장제도가 점점 더 북한 사회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북한의 궁극적 개방은 지도부의 결단이 아니라 조금씩 북한 주민이 시장경제의 문물에 익숙하게 됨으로써 오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가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지 않도록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퍼주기 논쟁에 매몰되거나 통일로 ‘대박’을 터뜨리겠다고 생각하면 통일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북한 사회의 점진적 시장 학습과 적응 없이 다가오는 통일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줄 것이다.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할 일은.
“4대 개혁 과제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 그것만도 매우 벅찬 일이다. 교육·금융·공공 부문 개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초점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 공공 부문 개혁의 최대 성과로 삼으려고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공 부문 개혁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인지에 대해서도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과제는 이 시대에 맞는 행정관료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다. 그 틀 안에서 보수체계와 연금제도도 고려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노동 부문 개혁만 이뤄 내도 이 정부의 큰 성과가 될 것이다.”

-경제학자를 꿈꾸는 초·중·고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케인스 경이 바람직한 경제학자상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경제학자는 어느 정도는 수학자이면서 역사학자이고 정치행정가이며 철학자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것을 일반화해 사고하고,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을 동일한 사고의 틀 속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하며, 현재를 과거의 경험에 비춰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나 제도의 일부라도 관심에서 벗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기준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참고로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번에 나온 책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글자 수 제한 때문에, 또 신문이란 공기(公器)에서 할 수 없었던 뒷얘기·뒷생각들을 칼럼마다 후기로 풀어 놓아 칼럼보다 책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젊은 독자·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정치·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리라고 생각한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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