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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양 날개 꺾일라 … “추경·금리인하 등 부양책 준비하라”

중앙선데이 2015.06.07 01:50 430호 18면 지면보기
외국인 관광객과 쇼핑객이 줄어들면서 6일 서울 남대문 시장이 평소와 달리 한산하다. 김춘식 기자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사스) 사태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세 차례다. 2005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소아마비 대유행과 에볼라(Ebola) 바이러스 확산 때였다. 이 가운데 경제에 가장 충격을 줬던 전염병 사례로는 사스와 에볼라 사태가 꼽힌다.

[메르스 쇼크] ‘2분기의 저주’ 되나

2002~2003년 중국과 홍콩을 덮친 사스 공포는 이번 메르스보다 훨씬 심각했다. 당시 중국·홍콩에서 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7082명과 648명에 달했다. 사망자 급증이라는 사회적 충격은 곧장 경제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2003년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전분기보다 2.9%포인트(10.8% → 7.9%) 급락했다. 관광산업은 거의 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 홍콩으로 향하는 중국 관광객 수요는 58.5%나 급감했다. 홍콩은 2003년 1,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대 500억 달러(55조원)로 추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연구위원은 “전염병 창궐로 활동이 위축되면 ‘사람따라 돈이 흐른다’는 경제 작동 원리가 멈추고, 경제도 중증 질환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서아프리카 기니 산림지대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도 ‘사회적 공포와 경제적 충격’의 대표적인 사례다.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나이지리아 지역으로 확산한 이 질병은 무려 48%에 달하는 치사율로 전 세계를 떨게 했다. 세계은행은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3개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피해액을 1억~8억 달러로 추정한다. 기니의 국내총생산(GDP)이 72억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이 지역 경제발전 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숫자다. 이 밖에 영국은 1998년 구제역 파동으로 300억 달러의 손실을, 1995년 광우병 파동으로 13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스 피해규모 현재론 예측 불가
메르스가 한국 경제에 주는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확산 기간과 피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 당국이 메르스 확산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지난해 2분기 세월호 참사가 가져온 소비심리 위축의 경험이 아직 생생해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분기(전기대비) 1.1%를 기록했지만 참사 직후인 2분기 0.5%로 급락했다. 세월호 사건 이전에 108을 기록한 소비자 심리지수도 참사 직후인 5월 105를 나타낸 이후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타격이 특히 심각했다. 레저부문의 신용카드 승인액은 세월호 참사 직후 전년보다 3.6%나 감소했다. 요식업도 참사 이전 12.7%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참사 이후 7.3%나 하락했다.

유사한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재연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미 방한을 취소한 관광객은 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589만 명에 달했으나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459만 명에 그쳤다. 엔저가 가져온 한·일간 관광객 역전 현상이 메르스 발생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홍콩·대만 등 한·일 관광업계의 큰 손인 중화권 관광객은 사스의 기억 때문에 전염병에 매우 민감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관광객 소비가 10% 줄면 국내 수요는 1조 5000억원이 준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에도 비상에 걸렸다. 소비자들이 다중밀집지역 노출을 꺼리면서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마트 마케팅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마트 매출은 전국 평균 20%, 수원·평택 등 메르스 위험지역 내에서는 50% 이상 줄었다. 이 관계자는 “최소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온라인 쇼핑 문화가 더 확산할 수 있어 기존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화장품, 면세점, 항공운송, 호텔·레저 업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가 메르스에 발목이 잡히면서 한국 경제의 두 엔진이 모두 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나마 버텨주던 수출도 올 들어 이미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나 줄었다.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수입감소는 그보다 더 심각해 15% 이상 줄었고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물가상승률은 6개월째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일 민간소비 부진과 원화 강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 등을 이유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0%로 낮췄다. 앞서 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구조개혁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세수목표 달성 등의 전제조건을 달고 산출한 수치다. 만약 이 전제가 실현되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출부진이 엔저와 중국의 추격 등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내수의 빠른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빠른 내수 회복이 중요
과거 사스 유행기간(2002년 11월~2003년 7월) 동안 국내에서도 소비 심리가 위축됐지만 적극적인 정책대응으로 그 후 수출 증가율이 다시 증가하고 주가지수도 반등에 성공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를 살릴 초(超)비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 정책운용 방향에 추경 편성 등 과감한 재정정책을 포함하고, 금리 인하도 적극 검토하라는 주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엔저에 맞서는 금리 인하 요인과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에 대응하려는 금리 유지 요인이 맞서왔지만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내수경기 위축 우려가 심해졌다”며 “금리인하, 추경 편성 등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나와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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