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실기업 구조조정 적극 추진해야

중앙선데이 2015.06.07 01:51 430호 18면 지면보기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약해지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이제는 수출마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대내외 단기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도 없지는 않으나,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운용, 어떻게

역동적인 경제에서는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자원이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으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경쟁력이 약화한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에서는 이러한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가 강화돼 기업은 생산성이 하락해도 신축적으로 인력을 조정하지 못한다.

구조조정 피하면 건전기업 성장 제약
또한 수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다수 부실기업들이 금융지원을 받아 연명하며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있다. 그 결과 정작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건전하게 시장을 확대해 가면서 성장해 나갈 공간은 제약된다. 이러한 비효율이 쌓이면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 징후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곳은 수출산업이다. 국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수출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면 우리 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어렵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수출산업은 일본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후발국이 우리를 추격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기전자제품, 선박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기초체력이 약해지는 경제에서는 위험관리 또한 중요하다. 가계부채 문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단행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저금리 하에서 대표적인 거시건전성 감독정책도 느슨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무분별한 대출이 확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을수록 부실 대출을 막기 위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게 마련임에도, 규제 완화를 지속하는 최근의 금융정책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를 동반한 부양정책의 반복은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경제 전반을 대내외 충격에 취약하게 하는요인으로 작용한다.

DTI 등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해야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정책당국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여 한정된 생산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수출기업을 단순히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기업들이 과거 선진국을 모방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DTI 등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여 위험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대개 고통을 수반하며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어서 정책당국이 이를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회피한다면, 향후 그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진다. 정책당국은 더 늦기 전에 우리 경제의 체력을 키우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