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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것, 말하기 전에 먼저 알려준다

중앙선데이 2015.06.07 02:06 430호 22면 지면보기
KB국민카드는 이달부터 스마트 오퍼링이란 데이터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 하루 800만건 이상 발생하는 카드승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가맹 업종과의 연관을 살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할인혜택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인근 매장의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영화관을 이용한 젊은 고객에겐 데이트에 적합한 장소 정보나 레스토랑 할인 쿠폰을 주는 것이다.

카드사 빅 데이터 전쟁

 카드사들이 스마트 오퍼링 같은 빅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루 수백~수천만 건에 이르는 카드 승인 정보를 활용, 숨은 수요를 찾아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BC카드는 이달 초 고객특성 뿐 아니라 사회 현상을 함께 분석해 상품·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마케팅 프로파일링 시스템’(AIPS)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카드고객 가운데 피규어를 자주 사는 30대 남성이 3월에 소비를 줄이고, 4월엔 인기 애니메이션 개봉이 예고돼 있다면, 해당 고객은 피규어를 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관련 상품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신한카드도 최근 ‘샐리’란 서비스를 내놨다. 2200만 카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패턴을 분석해 할인정보 등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자주 가는 상점이나 서비스를 등록해놓으면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 ‘링크’서비스를 한다.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제공하는 맞춤서비스 가운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이후부터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의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로는 외식 가맹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성별·연령대별 특성과 재방문율 등에 맞춰 카드 할인혜택을 안내하는 ‘마이 메뉴’가 있다.

 모바일 카드 시장을 잡기 위한 전투도 치열하다. 카드사들이 관련 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빠르게 늘고 있는 모바일 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KB국민카드는 5일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굿데이 카드’ 등 모바일 단독카드 네 종류를 내놨다. 회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24시간 이후 발급된다. 이 회사 상품기획부 정태권 팀장은 “앞으로 발급대상을 신규 고객과 체크카드 고객까지 확대하고 모바일 단독카드 상품도 점차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하나카드도 지난달 ‘모비원’이란 모바일 카드를 내놨다. 고객확보를 위해 가맹점 이용시 카드 사용액의 0.8~1.6%를 할인해 준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말 실물 없는 모바일 카드 여섯 종류를 내놨다. BC카드는 연회비 2000원을 앞세운 모바일 단독카드 ‘바로 페이’를 출시했다. 우리카드와 삼성카드도 이달 내에 모바일 단독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카드는 초기 단계라 아직은 전체 카드 결제금액의 1%, 발급 장수는 6.5% 수준(2014년 기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카드 이용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카드 발급은 앱 방식의 경우 1334만 건으로 전년에 비해 300% 이상 늘었다. IC방식은 62%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모바일 카드를 늘리는 것은 애플페이, 삼성 페이, 네이버 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의 확대에 대한 대응 측면도 있다. 지금은 경쟁상대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페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금융과 결합하면 카드사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카드 활성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모바일 전용카드의 경우 오프라인 가맹점이 아직 부족한 편이다. 카드사들은 서울 명동이나 종로 등지에 모바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존’ 구축을 앞세우고 있지만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관련 시스템도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업계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강화와 해킹 방지도 주요 과제다. 한국신용카드학회 이명식 회장(상명대 경영학 교수)은 “고객이 원하는 걸 먼저 알아서 제공한다는 카드사 마케팅은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고객의 거부감도 불러올 수 있 만큼 허락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해킹방지 등 보안에도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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