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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우리나라에 지진 날 확률이 일본의 1500분의 1인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2015.06.07 00:01



재난에서 살아남기 - 지진·화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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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미국 알래스카 남서부 해안에서 규모 6.8 지진’ ‘5월 29일 일본 가고시마현 남쪽 화산섬 구치노에라부지마 분화’ ‘5월 30일 일본 도쿄도 남부 북태평양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에서 규모 8.5 지진’…. 요즘 지진과 화산에 관련한 뉴스가 자주 눈에 띕니다.



놀랄 만한 내용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일본이 잦은 지진과 화산으로 위기’라거나 ‘불의 고리에서 50년 주기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가설이 백두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어떨까요?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는 “모두 검증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아직 궁금한 게 많다고요? 그래서 최상인(경남 창원 사파중 3)·박소민(부산 경남여중 1) 학생기자가 윤 교수를 만나 지진과 화산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모든 지진이 위험할까



2015년 4월 25일 발생한 네팔 지진. 리히터 규모 7.8에 84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0일 일본 도쿄 남쪽인 오가사와라 제도(islands) 인근 해역에서 규모 8.5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규모가 컸는데도 큰 피해가 없었던 이유는 땅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 심발지진이기 때문입니다.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땅속을 진원이라 하고, 진원이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을 진앙이라 합니다. 지진은 진원의 깊이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뉩니다. 지표면에서 지하70㎞까지는 천발지진, 70~300㎞는 중발지진, 300~670㎞는 심발지진입니다. 대부분의 지진은 천발지진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진원의 깊이는 24㎞, 올 4월 일어난 네팔 지진의 진원 깊이는 15㎞로 둘 다 천발지진이죠. 반면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 지진의 진원 깊이는 590㎞입니다. 심발지진은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해 진앙까지 오면서 에너지가 감소합니다. 사람이 느끼기에 미약하죠. 지하 700㎞ 아래로 내려가면 지진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땅속 깊이 내려갈수록 받는 지압력(땅 속에서 받는 압력)이 커져 판이 움직이지 못해서입니다.



지진의 진도와 규모는 어떻게 다를까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 지진은 리히터 규모 8.5라고 했죠. 이때 오가사와라 제도의 하하지마 섬에서는 진도 5, 도쿄는 진도 4를 기록했습니다. 규모와 진도는 어떻게 다를까요? 진도는 지진의 흔들림입니다. 진앙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진동의 세기를 크게 먼 곳에선 작게 느끼는 정도를 수치로 기록한 것입니다. 1902년 이탈리아 지진학자 메르칼리가 만들었고 0~12단계로 나뉩니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의 강도를 뜻합니다. 1935년 미국의 지진학자 리히터가 제안한 방식이죠. 지진계(지진의 진동을 알아내 지진파를 기록하는 기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0에서 10단계까지 측정합니다. 진폭이 열 배가 될 때마다 등급이 하나씩 올라가죠. 예를 들어 규모 5와 6은 한 등급 차이지만, 땅이 흔들리는 정도는 10배입니다. 또 한 등급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는 약 32배 커집니다.



일본에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지진이 많이 생기는 지역을 지진대라 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지진대는 환태평양 지진대입니다. 전 세계 지진의 80%가 발생하죠. 아메리카 서부의 산과 알래스카·일본·필리핀을 지나 뉴질랜드까지 잇는 고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불의 고리’입니다. 두 번째는 알프스·히말라야를 지나 인도네시아를 통과하는 알프스-히말라야 지진대, 그 다음이 대서양과 인도양, 남극해의 중앙 부분 등 해양판이 분리되는 지역에서 생기는 중앙해령 지진대입니다. 모두 지구를 감싸는 판의 경계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구의 겉 껍질이 100㎞ 두께에 달하는 10여 개의 조각(판)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판이 서서히 움직여 그 경계에서 지진이 일어난다고 보는 ‘판구조론’이죠. 그중에서도 일본은 4개의 판이 만나는 경계에 있습니다. 동북 일본은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서남 일본에선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해판이 만납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리히터 규모 4 이상은 유감지진(有感地震)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지진을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지진은 계기지진이라 합니다. 일본은 유감지진과 계기지진을 합쳐 하루 400번의 지진이 발생합니다. 규모 4 이상의 유감지진은 1년에 1500번 있습니다. 윤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규모 4 이상의 유감지진이 10번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1500분의 1에 불과한 땅에 살고 있는 거죠.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판의 경계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이 끊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를 윤 교수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소식을 빨리 접하고 있기 때문”으로 꼽았습니다. 또 그는 “우리 기상청은 규모 2의 계기지진까지 알리고 있다”며 “10년 동안의 일본 지진 데이터 통계를 살펴봐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진은 지구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걱정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지진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1923년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관동대지진. 당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5분 간격으로 세 차례 일어났다.
네팔 지진을 예측한 적 있다는 프랑스 지진학자 연구팀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네팔 지진 단층 샘플에서 탄소 연대를 측정해보니 80~9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1934년 네팔에서 규모 8.1의 지진이 일어났으니, 이대로라면 2014~2024년에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네팔 지진 일주일 전, 전 세계 지진학자 40여 명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윤 교수는 “‘1년 뒤에 발생’ 또는 ‘3~5년 안에 생길 것’이라며 격론이 벌어졌지만, 일주일 뒤 지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1923년 일본에서는 규모 7.9의 관동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문헌을 살펴보면 관동(간토, 도쿄를 포함한 혼슈 동부)지역에선 70년을 주기로 큰 지진이 일어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합니다. 윤 교수는 “이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한 도쿄대의 한 교수는 1990년대에 대지진을 예고했으나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50년 주기 불의 고리 대지진 가설은 사실일까



윤 교수는 “불의 고리에 봉인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태평양판은 동북 일본을 향해 1년에 9.5~10㎝ 정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인도판은 북동방향의 유라시아판을 1년에 5㎝씩 밀어내고 있죠. 그는 “자연현상은 이처럼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어나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적어도 몇백 년에 걸친 지진 기록을 그래프로 그려 분석할 수 있어야 ‘주기’를 논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판이 이동한다는 대륙이동설은 가설이 검증을 거쳐 정설이 됐지만, 50년마다 불의 고리에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가설은 검증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50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대지진이 백두산 분화와 관련이 있다는 말 역시 검증된 바 없는 내용입니다.



백두산이 분화하면 그 폭발력은 얼마나 될까



백두산 천지에는 평균 7℃의 물 약 20억 톤이 담겨 있습니다. 백두산 화산 속 마그마(지하에서 암석이 높은 온도에 녹아 생긴 액체 상태의 물질)의 온도는 약 1000℃ 정도죠. 그런데 7℃의 찬 물과 1000℃의 뜨거운 마그마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물은 끓어 수증기가 되고, 마그마는 빠르게 식으며 산산조각이 납니다. 조각난 마그마는 그 크기에 따라 화산재와 화산암괴, 화산자갈로 나뉩니다. 그런데 여기에 수증기가 침투하면 양이 확 늘어납니다. 마치 옥수수 알갱이가 팝콘으로 뻥튀기 되는 것처럼요. 윤 교수는 “1000년 전 백두산 폭발 때 나온 화산 분출물 양이 약 100~150㎦”라고 말합니다. 25~30㎦의 마그마가 100~150㎦까지 뻥튀기 된 겁니다. 윤 교수는 110㎦라고 어림잡아 도 남북한 전역을 50㎝로 덮을 수 있는 양의 화산재가 나온다고 추정합니다.



백두산 분화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닿는 물체는 모두 다 태워버리고, 500~700℃의 뜨거운 화산재가 가루로 날리거나 물과 만나 시멘트 반죽처럼 흘러내리며 백두산 근처의 중국과 북한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화산재가 멀리 이동하며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윤 교수는 “1000년 전 폭발한 백두산 화산재는 동해를 건너 일본 동쪽의 홋카이도와 쿠릴열도, 그리고 미국과 대서양을 지나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까지 발견됐다”고 말합니다. 만약 1000년 전과 같은 화산폭발지수(VEI) 7 정도의 폭발이 있고, 이 화산재가 북동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온다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통신 마비는 물론이고 기차 운항과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됩니다. 채소와 상수도가 오염돼 먹을 수 없게 되죠. 윤 교수는 “최악의 경우 약 11조의 경제 피해가 있을 것이나, 사계절 편서풍이 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화산재 대부분이 일본을 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이 기상 위성으로 세 시간에 한 번씩 백두산을 모니터링하는 이유입니다.



백두산 분화 시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100년 안에 백두산이 분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윤 교수는 “당장 내일 폭발해도 100년 안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화산학적 예측”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언제일지 모르나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화산이라고 판단한다는 뜻이죠. 이를 대비하려면 화산을 꾸준히 지켜보는 마그마 플러밍(magma plumbing)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하 몇㎞ 아래에 마그마 방이 있고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마그마가 지표를 향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겁니다. 마그마 플러밍 시스템은 일본 후지산은 물론이고 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인 하코네 화산에도 있습니다. 모니터링에 의하면 하코네 화산은 마그마가 50~100m정도 올라왔다고 합니다. 더 올라올 기미는 없고 지난해처럼 증기폭발은 일어날 수 있다고 해요. 한국 언론이 수선을 떨어도 일본이 잠잠한 이유이죠. 반면 백두산 모니터링이 시작된 건 1996년이 처음입니다.



윤 교수는 “96년 중국 베이징 국제지질대회에서 백두산이 위험하다는 내 경고가 있은 후, 하와이대와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백두산 지질 답사를 했다. 이후 중국이 처음으로 백두산 모니터링 시스템 예산을 지원했다”고 말합니다. 현재 중국은 2015년부터 5년간 1억 위안을 투자해 화산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이게 구축되면 마그마가 올라오는 속도 계산이 가능해지고, 분화 시기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동행취재=최상인(경남 창원 사파중 3)·박소민(부산 경남여중 1)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자료=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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