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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병원 에어컨 필터에 바이러스 … 미세한 침방울 타고 병실 떠다닌 듯

중앙일보 2015.06.06 02:21 종합 3면 지면보기
보건복지부는 5일 발병 병원인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병원 직원 270명 전원을 12일까지 자가격리 조치했다. [최승식 기자]
“메르스는 공기 전파가 안 된다.”(2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사우디서도 “공기 중 발견” 논문
정부 “야외서 공기 감염은 불가능”

 “현재로선 공기 감염 가능성은 아예 배제하고 있다.”(3일,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은 그간 한결같이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의 에어컨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의 감염 경로는 비말(飛沫)이다. 환자가 기침·재채기 등을 할 때 튀는 침방울을 가리킨다. 비말을 몸에 맞거나 가구·옷 등에 묻은 걸 만지면 감염되기 쉽다. 하지만 비말의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 1㎛=100만 분의 1m) 안팎이다. 크기가 클수록 중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큰 것은 1m 정도밖에 날아가지 않는다. 크기가 작은 것도 2m 정도가 한계다.



 평택성모병원 병실에서는 침상에서 2m가 넘는 높이의 천장 매립형 에어컨 필터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대책반 조사 결과 최초 환자(68)가 병원에 있던 동안 병원은 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병실 천장에 붙어 있는 에어컨이 환자의 비말을 빨아들여 필터에 달라붙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어떻게 에어컨까지 이동했을까. 침방울 중에는 비말보다 작은 것들도 있다. 에어로졸(aerosol)이라고 불리는 미세 수분입자다. 이 입자는 워낙 가벼워 에어컨 바람이 없어도 공기 중을 부유한다. 바이러스는 1㎛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작은 에어로졸을 타고도 이동할 수 있다.



 메르스의 공기 전파는 학계의 연구논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메르스가 처음 퍼진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 의학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7월 “메르스도 공기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낙타와 주인이 메르스에 걸린 농장의 공기 샘플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르스 확진 사망자(43)가 소유한 낙타농장 마구간 내 공기 중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fragments) 샘플을 발견했는데 사망자와 양성 판정을 받은 낙타에게서 발견된 동종의 바이러스였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미생물학회(ASM)가 발생하는 온라인 저널 ‘엠바이오(mBio)’에 소개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앞서 민관합동대책반은 “사우디의 연구 결과는 공기 중 바이러스가 있었다는 사실만을 가리킬 뿐 그 바이러스가 실제 감염을 일으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크기가 작은 에어로졸은 옮기는 바이러스 양도 적다. 이 때문에 감염력이 아주 강해 양이 적어도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같은 바이러스만 공기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의 병실은 배기구가 없고 창문이 좁았다. 문도 좌우로 움직이는 미닫이 형태라 앞뒤로 움직이는 여닫이 형태보다 환기가 잘 안 됐다. 에어로졸을 탄 바이러스가 고농도로 집적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렇게 모여 있던 공기가 병실 문을 여는 순간 압력 차에 의해 밖으로 밀려 나갔을 것이라는 것이 대책반의 추측이다. 대책반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 밀폐된 실내에서 일어난 특이한 사례다. 개방된 야외에서의 공기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글=김한별·정종훈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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