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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병원이 메르스 발병 먼저 공개 … 주민에게 믿음 줘”

중앙일보 2015.06.06 02:07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2명이 열흘 간격으로 인디애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 각각 나왔다. 한국과 달리 의료진이나 환자 가족 중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고 환자들은 완치됐다. 미국 병원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2차 감염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까.


플로리다주 올랜도병원 감염병센터장 크레스포 인터뷰
디즈니랜드 위치한 세계적 관광지
지난해 빠른 대처로 2차 감염 막아
“한국 전파 빠른 건 다인병실 많은 탓 … 병원 온 환자, 여행 이력부터 체크를”

 그 노하우를 듣기 위해 미국 2호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플로리다주의 ‘닥터 필립스 올랜도 병원’의 앤토니오 크레스포(사진) 감염병 전문의를 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올랜도에서 병원 7곳을 운영하는 올랜도병원그룹 내 감염병센터장이기도 하다.



 -환자가 메르스에 걸린 걸 어떻게 알았나.



 “우리도 처음엔 몰랐다. 환자가 고열과 오한, 근육통으로 응급실에 왔을 때 의료진은 바로 메르스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입원을 위해 대기할 때 입원팀 간호사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1차 관문이 뚫렸을 때 2차에서 막아 줬다.”



 -이후 조치는.



 “감염병팀이 증상과 중동 여행 이력을 확인하고 바로 보건 당국에 ‘메르스 의심’ 신고를 했다. 처음엔 당국도 ‘가능성이 작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지만 절차에 따라 검사를 했다. 보건 당국과 늘 정보를 교환하고 도상훈련을 했지만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감염병에 대처하긴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병원 이름을 공개했는데.



 “병원이 스스로 결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주 보건 당국과 협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게 대중이 느끼는 공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고, 이는 우리의 책임이자 공공의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올랜도는 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보러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다. 메르스가 발생했는데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상태는 어떤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모르면 공포는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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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는 손해 아닌가.



 “그래도 옳은 일을 해야 했다. 처음 며칠은 환자 수가 줄었다. 하지만 정보를 명확하고(clear) 투명하게(transparent) 낱낱이 공개하자(open) 기존 환자, 지역 주민, 관광객도 ‘별일 아니다’고 생각을 바꿨다. 정부의 방역체계에 대한 믿음, 병원의 감염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작용했다. 주의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 환자 상태, 접촉자에 대한 조치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어떤 조치를 취했나.



 “환자는 바이러스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병실에 격리해 치료했다. 메르스는 치료약은 없지만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섞어 투약하고 산소를 공급해 주는 등 보조 방법으로 증상을 완화시켰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 병실에 들어가기까지 접촉한 사람을 22명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14일간 집에 머물면서 하루 2회 체온을 재고 증상이 있으면 보고토록 했다.”



 -한국에서 감염 속도가 빠른 이유는 .



 “1인실이 대부분인 미국과 달리 다인실이 많은 한국 병원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이 크다. 같은 병원에서 서로 접촉한 적이 없는 환자들이 감염된 것은 접촉 동선 조사가 아직 제대로 안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조언은.



 “병원 내 감염 예방은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증상 불문하고 병원 방문 첫 단계에서 여행 이력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경을 넘는 이동이 많아지면서 에볼라·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빠르게, 넓게 퍼지고 있다. 의료진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서 확진 환자가 입원한 병실 출입 횟수를 줄여야 한다.”



 1호 환자를 치료한 인디애나주 먼스터 커뮤니티병원도 완벽한 메르스 차단 사례로 꼽힌다. 폐쇄회로TV(CCTV) 테이프와 병실 출입 서명 기록, 무선주파수인식(RFID) 카드를 통해 동선을 샅샅이 파악해 50명을 자택격리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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